2009년 6월 19일 금요일

천상의 화원, 포천 평강식물원 - 첫번째

지난 개천절, 간만(?)에 두시간이 넘는 거리로 출사를 나갔습니다. 요즘은 날씨운이 그다지 좋지 못합니다. 간만에 출사 나갈라치면 촬영에는 최악인 시계가 좋지않은 뿌옇고 더운 날씨의 연속입니다. 기껏 여기까지 왔는데 날씨가 영 도와주지를 않으니 원, 가을의 초입엔 선선한 바람이 부는, 높고 푸른 하늘을 자랑하더니 정작 가을이 깊어갈수록 점점 날씨가 거꾸로 가는 느낌입니다. 뭐, 날씨를 어쩔 수는 없으니 평소대로 그저 가까운데나마 떠나왔음을 즐거워하며 오늘은 눈도장만 찍어두고 다음에 비온 다음날에라도 다시 가봐야겠습니다.

 

결과물은 별로지만, 정작 포스팅을 위해 사진을 골라내려니 쉽지가 않습니다. 인제 곰배령이라던가, 천상의 화원이라고 불리는 그곳-물론 가보지는 못했지만-만큼, 혹은 훨씬 더 다양한 꽃들이 나를 반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진을 골라내는 것도 실력이라고 하는데, 사진 잘 찍는 블로거들은 수백장중에 단 한장을 골라 포스팅을 하는데, 여전히 내게 사진 골라내기는 쉬운일이 아닙니다.

 

결국, 꽃사진만으로 가득한 포스팅을 3회에 나누어 올립니다. 꽃은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아, 라는 마음으로 저와 함께 즐겁게 둘러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아참, 워낙 다양한 식물들이 많아 이름을 거의 알 수가 없습니다. 제보주시면 바로바로 이름붙여놓겠습니다.

 

평강식물원의 위치는 산정호수 바로 옆입니다. 불과 두달전에 이곳에 왔었는데도 전혀 이런곳이 있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혹시 산정호수 찾아갈 일이 있으시면 같이 한번 둘러보시면 좋을, 아주 멋진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입구에서부터, 이제는 철이 조금 지났을, 연꽃이 먼저 우리를 반깁니다. 다양한 색깔의 연꽃을 보았지만, 우아한 핑크빛이 가득한 이 연꽃, 참 아름답습니다.

 

 

함평에서 나풀거리는 나비들을 많이 보았지만, 이곳에서도 나비보기는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보라색 꽃 위에 앉아있는 나비는 더욱 돋보이는군요.

 

입구근처엔 너른 잔디밭이 있습니다. 조금 날씨가 뿌옇기는 하지만, 초록이 가득한 양탄자같은 잔디밭위로 가을이 스치고 지나간 나무들이 단정하게 자리잡았습니다.


 

그저 잔디밭만 보면 어린아이가 되는 기분입니다. 실컷 뛰놀고 싶은 그런 마음이랄까요.

 

다시 여름으로 돌아간듯 날은 더운데, 계절의 변화는 숨길 수가 없습니다. 나무 곁에 겨우겨우 매달린 나뭇잎들이, 먼저 계절을 알립니다.


 

벽초지 수목원이 단정한 아가씨의 느낌을 가진 정원이라면, 이 곳은 포근한 고향집 뒷동산을 연상케 합니다. 들판엔이런저런 야생화들과 꽃들이 가득 피어 있습니다.

  


 
 
 

 

그 꽃머리를 이고잇는 허리가 위태로울만큼 연약해 보입니다. 그러나 이런 들판의

꽃들은 보이는만큼 결코 바람에 쉽게 꺾이지는 않을겁니다.

 

세상에 작고 의미없는 것들, 그러나 그것들이 모여서 만들어내는 소박한 아름다움, 그런걸 배우는 요즘입니다.



 

가을인가요...


 

단풍도, 강아지풀도, 국화도, 갈대도, 억새도...

모두 가을과 어울리는 것들이죠.

  



잠시 하늘이 파랗게 개었습니다. 하늘과 꽃을 같이 보려고 아예 누워버렸습니다.
누워서 보는 하늘과 꽃이, 왜 항상 사물의 정면만을 보려고 했을까,를 반성하게 합니다.

 

이 풀에선 무슨 꽃이 피어날까요? 혹은 그냥 저렇게 자라는 풀일까요? 나무조각 틈에서 자라나는 저 푸르름, 그건 곧 생명력입니다.

 

한참 누워서 하늘을 보고 있는데 나비 한마리가 날아와 앉습니다.

 

똑같은 사진 계속 올려서 죄송합니다. 오늘 이렇게 보는 느낌이 제일 좋았거든요.


 

이곳에 가득한 국화들을 보니, 역시나 서정주 시인의 [국화옆에서]가 떠오릅니다. 한참 가을을, 그리고 가을속에서 흘러가는 시간과 성숙함에 공감이 갑니다. 익히 알려진 논쟁이니 덧글로 '친일파 시인의 시 따위는 지워라'라는 글은 생략해주세요.

 

 

국화옆에서 - 서정주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필라고

간밤에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고개숙인 강아지풀.

 

  올 가을은 일교차가 심해서 단풍이 고울거라고 합니다.  

제가 일년중에서 계절에 맞게 가장 여행가고픈 장소가 두군데 있습니다.  

하나는 봄이 찾아오는 섬진강옆의 하동 벚꽃십리길,  

또 하나가 가을도 다 지나간 늦가을의 내장산입니다.   

가을이 내려오는 속도는 얼마인가요?  

 
































난간에 억새를 묶어놓았습니다. 때마침 바람이 붑니다. 그러고보니, 작년 민둥산 산행을 했던지 벌써 일년입니다. 지금쯤 저기 보이는 명성산 위로도 억새가 가득하겠죠. 군대시절 한참 넘나들던 명성산이지만, 그 시절엔 억새따위 눈에도 들어올 여유는 없었습니다. 그저 숨이 꼴딱꼴딱, 넘어가면서 다시는 여기 오나봐라, 라고 젊은 소치의 악의없는 독설을 내뱉던 그 장소입니다.




 

한참 핀 녀석이 있다면, 이제 필 녀석도 있습니다.   

 

































아... 가을이네요. 노랗게 물든 나무도, 빨갛게 물든 나무도.


 

 































to be continued...


출처 디카, 여행 그리고 일상 | 추억은
원본 http://blog.naver.com/fly4you/3000956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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