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22일 월요일

남도여행 둘째날 (2) - 섬진강 -> 하동 / 악양 평사리


맨처음 바다내음이 그리워 시작된 우리 가족의 여행은 이제 바다와 작별을 고할 때...
2박3일로 계획된 여행의 반이 지날 무렵, 우리는 남도의 바다와 작별했다.
오른쪽에 광양만을 끼고 왼편엔 저 멀리 지리산자락이 너울대는 그 곳에서...
그의 마지막 바다, 노량으로 향하고픈 발걸음을 끝끝내 돌리어 섰다..
남도의 짭조름한 바다내음이 아직도 코끝에 걸려있으나..
이제는 뒤로 돌아서야 할 때..
이제 우리는 전라남도를 떠나 경상남도로 들어선다.
전라북도에서 발원하여 전라남도를 거쳐 경상남도 광양에서 바다를 만나는
한반도남쪽에서 아홉번째로 구비구비 돌고 돈 섬진강.
이제 그 강을 따라 지리산과 조우하려 길을 재촉한다.
 
 
향일암에서 여수로 나와 지방도로를 타고 하동으로 가려했으나,
순천에서 남해고속도로를 타는게 더 빠를 것으로 생각되어
순천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오른쪽으로 보이는 "순천 왜교성" 유적지 안내표지..
....그래...난 아직도 그의 바다 근처에 있구나...
같이 왔으면 정말 좋아했을 라디오 양이 생각나면서,
언제고 다 같이 그의 바다를 돌아볼 후일을 기약한다..
언제고...반드시....
 
 
순천 IC로 남해고속도로를 탄다.
이 고속도로는 가족 중 아부지도 타 본 적이 없다.
오른쪽으로 광양의 바다가 멀리 햇빛에 부서진다...
그리고 곧 오른쪽으로 민물의 초록을 과시하는 물줄기가 얼굴을 내민다...
섬진강이다..
 
하동 IC에서 고속도로를 벗어난다.
이제는 경상남도다..
 
섬진강 [蟾津江].
두꺼비 섬[蟾] 자에 나루 진[津] 자를 쓰는 강..
 
고려 말엽 우왕 때(1385년경) 왜구의 침입이 극심하여 광양만과 섬진강에도 왜구들이 자주 출몰하였다고 한다. 한번은 왜구들이 하동 쪽에서 강을 건너려 하는데, 그 때 진상면 섬거에 살던 수만 마리의 두꺼비들이 지금의 다압면 섬진마을 나루터로 몰려들어 진을 치고 울부짖는 통에 왜구들이 놀라 도망치는 바람에 무사할 수 있었다. 이로부터 섬진강, 즉 나루터에 두꺼비가 나타난 강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그때의 두꺼비는 보이지 않지만, 우거진 녹음을 그림자로 받아내는 좁은 물줄기가 예사롭지 않다.
 

....
섬진강 변의 한 휴게소에서....이때는 아직 오후 2시가 채 안 되었다. 향일암에서 12시 좀 전에 출발했는데, 섬진강 초입까지 2시간이 채 안 걸린 길. 고속도로를 탔던 게 주효했나 보다. 길가엔 낚시를 하는 듯한 차들이 세워져 있었고, 우리의 강태공들 아부지 동상녀석은 강물길을 보면서 한창 토의중이다. 내 사다준 아이스크림 녹겠다 동상아~ 짜식..여행길에 신났다 신났어~
 
 
 
 
 
 
인터체인지에서 휘~휘~ 돌아나와 하동땅에 들어섰다. 왼편으로 이어지는 섬진강의 물줄기도 풍부해 보이는 수량이 인상적이었지만, 섬진강을 감싸안은 주변의 풍광이 멋스럽다. 꾸민 것도 없고 그저 논과 밭, 예로부터 그 자리에 있던 산과 들인데도 예사롭지 않은 섬진강변 풍경. 잠시 차에서 내려 풍광을 사진에 담는다. 별로 기대치 않았는데, 생각보다 잘 나온 사진. 내 서 있던 곳 바닥은 온통 조개껍질천지. 아..이게 재첩이구나..새삼 섬진강에 온 것을 깨닫는다. 단 하나....하동 IC에서부터 줄곧 우리를 따라온 새 도로 공사가 눈에 거슬린다. 현재는 섬진강 물길따라 구비구비 돌고도는 길이건만, 저 크고 길고 곧은 길이 생기면 주변은 어찌될 것인가.. 여기서도 속도가 우위를 떨치는 것인가.. 왼편의 섬진강 풍경에 미소짓는 한편, 오른편의 도로공사엔 인상이 찌뿌려진다...
 
 
 
 

 

잠시 섬진강 물길과 멀어진 인적 없는 도로에 차를 멈추고 사진을 얻는다. 저 멀러 표지판을 크게 넣지 못한게 아부지는 내심 서운한 모냥.....훗..내맘이어요~ >_< 원래는 하동에 접어들어 곧바로 화개장터와 쌍계사로 갈 예정이었건만, 여행 이틀 전 어디선가 정보를 물어온 아부지 왈, "하동까지 갔는데 서희네 집 못 보고 오면 서운하지~~" ..아하~ "토지"의 무대인 평사리가 하동근처구만유~ 생각도 못했네...그러게..여기까지 왔는데 못 보고 가면 서운하지~~

 


그런데 생각보다 평사리가 있는 악양까지의 길이 멀었다. 역시나 초행길이라 더 멀게 느껴지는 것인가... 악앙면사무소를 찾으면 된다는 홈페이지이야기만 믿고 갔는데, 왜 안 나오냐고요~~ =.= 줄곧 전방을 주시하며 안내판 나오기를 기대기대 했는데!!!!! 한참을 달려 [사실..실제론 그닥 긴 시간은 아니었다. 한 20여 분 정도...=.=;;] 드디어 악양들 평사리 입구에 도착했다!! 위 사진은 그 유명한 토지의 악양들판 모습.........+.+ // 정확하게 어떤 문구가 표지판에 써 있는진 까먹었지만, 표지판 보자마자 여기구나~ 하고 들어갈 수 있다...헌데, 그 표지판 옆에 서 있는 비석 하나..."이게 뭐지?" 하고 우회전하면서 유심히 살펴보니......'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백의종군 어쩌구...' "엥???" ....차로 지나는 길이라 유심히 보진 못했는데, 백의종군을 시작한 자리라는 건지, 백의종군을 마친 자리인건지..여행 후 집에와서 책을 찾아보니 ... 백의종군 후 다시 삼도수군통제사 교지를 받고 육로로 12척 배를 찾아가는 부임노정의 거의 첫 시작점이 하동 근방이더라....흠....조그마한 것이라도 그냥 넘기지 않는 지자체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건만....어째 하동 악양들 초입서 만난 이순신 관련 표지석은 반가움 보다는....애닲음이 앞선다........쩝...
평사리 '토지' 세트장 찾아가는 길...
섬진강을 뒤로 하고 산 속으로 길이 묻힌다...
포장이 덜 된 구간이 있어서 덜컹덜컹하기도 했지만....
눈에 한껏 들어오는 푸른 들판의 충격은 여태껏 보아온 풍경과 엇비슷하지만서도
묘하게 한층 푸르른 느낌이 색다르다.
 
파란
하늘이 눈부시다.
 
따사로운 햇살이
쐬이고 키우고
섬진강의 젖줄이
먹이고 길러낸
하동의 들판이다...
 
 
 
 
 
 
 
 
 
 
 

 
드디어 도착했다! 하동 악양 평사리 토지 세트장!
큰 길에서 우회전하여 구불구불 돌다가 왼쪽 산으로 난 길을 올라야 하는데...표지판도 없는 길에서 도로에 그려진(!) 마을 표지를 동상이 보지 못했더라면 그냥 지나칠 뻔...=.=;;; 자그마한 표지판이라도 있었으면 사람들이 덜 헤맬텐데...여하튼 도착했다!!!
야트막한 산 중턱에 자리잡은 세트장은...'설마 저걸 다 올라가야 하나...=.=;;' 란 걱정을 불식시키듯, 자동차로 꽤 올라갈 수 있고, 주차장에서도 도보로 그닥 올라가지 않는다. 오르막길이라면 차라리 등산로가 낫지, 예전의 악몽같은 기억(!!)으로 아스팔트 오르막길는 저얼대로 사양하고픈 나였지만 쉬이 올랐으니....그저 내리쬐는 오후의 햇빛이 더웠을 뿐...이때가 오후 2시 반이 채 안 된 시각. 꽤 빨리 왔다...^^
 
 
 
훗......
이건 찍은 생각
못했는데,
동상녀석이 찍었다..
 
나 말고도
이 세트장의 오르막에
쉬이 좌절했던 사람들이
많았나 보다...
 
거의 세트장 윗쪽에 있던
토지의 또다른 주인공,
최참판댁 기와집....
 
약간 숨가쁘게 올라가니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를
양갈래 길 복판의
표지판 하나....
 
"최참판댁 가시는"
그리고 그 밑에
그 누군가가 써놓은
"인자 다 왔구만유"
 
...정답다..^^
 
 
 
 
 
 
악양들을 내려다보고 있는 평사리 '토지' 세트장은 토지의 등장인물들의 거의 모든 집들이 꾸며져 있다. 하긴...여기서 드라마를 찍어야했을 테니, 그 당시 농민들의 생활상에 가깝도록 꾸며놨겠지... 단 집 한채가 아닌 마을 전체를 세트장 자체로 꾸며놓았기에 집과 집, 담과 담 사이사이가 비어있지 않아 좋다. 진짜 마을 분위기를 내도록 논이 있고 밭이 있고 나무가 있다...
 
 
 
 
 
 
 
 
 
 
 
 
 
 
 
 
 
 
 
 
 
 
 
 
 
 
 
 
 
 
 
최참판댁 거의 다 올라와서 한 번 아래를 내려다보니...멀리 악양들을 배경으로 초가지붕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드라마 촬영 후 좀 훼손된 곳도 있었지만...꽤나 짭짤한 지역 수입원이 되고 있는 듯.. 우리 가족 중에서 이번 SBS 토지를 그나마 본 사람은 아부지 뿐..나나 동상은 본 적이 없어서 좀 아쉬웠다...쩝....각 초가집 입구에는 토지 주인공들의 이름이 붙여져서 누구누구네가 살던 집...이란 자그마한 알림판도 있더라..캐릭터를 맡은 배우의 이미지를 그대로 옮겨놔서 SBS 버전 토지를 재미나게 본 사람이라면 그 맛이 더하리라..... 힛..세트장 입구에도 안내판 하나 좀 세워놓지...
 
 

최참판댁에 도착.
음.....크다..+.+
역시나 우리나라 한옥의
뒷마당 감상모드(!!)는
멋/지/다/
 
높지도 낮지도 않은 담벼락과
뒤에는 대나무 숲,
앞에는 자그마한 정원...
 
드라마에서는 어찌 비춰졌을런지 모르겠지만, 전형적인 한옥구조를 보는 건 언제나 즐겁다.
 
내 이런 집에서 살 수 있을 정도가 될까...^^ 경치는 멋지지만...유지비가 내심 걱정이네;;
 
 
 
 
 
 
 
 
 
 

                                           다른쪽에서 바라본 풍경.
곧게 뻗은 대나무와
살포시 내려진 발이
시원해 보인다....
 
 
 
 

뒤꼍에 있던 장독대...
훗..안에 뭐가 있는지까진 확인 못했다 ^^;;
 
 
 
 
 
 
 
 
뒤꼍에 있던 대나무숲.
이 길로 서희가
산책을 했을까나...
길상이랑 만났을까나...
 
전날 내린 비로
촉촉히 젖은 땅과
맑은 이슬을 떨어뜨리는
대나무숲이 싱그럽다.
 
저 동상녀석은..
조금만 경치 좋으면
무표정한 얼굴로
말도 없이
포즈를 잡는다...~.~
'사/진/찍/어/줘~'
...무언의 압박!!!
 
힛 그래도 별 불평없이 여행을 계속 따라와주어 이뻐 죽겠다....
 
 
 
 
 
........=.=;; 이 사진이 있었구나...
대나무 아래 흐드러지게 핀 분홍색 꽃이 이뻐서 한 컷..찍었는데...아아 민망..ㅠ.ㅜ
사실 이 꽃나무는 진도에서부터 줄곧 봐왔는데, 이름이 궁금하야 주위를 두리번 거리면 물어볼 사람이 없고, 현지 주민을 만나면 다른 담소할 거리로 인해 꽃나무 이름 물어보는걸 까먹어버리고......나중에 남원에 와서야 이 꽃나무 이름이 "금낭화"라는걸 알게 되었다;;;; 그런데 정말 남도에는 이 꽃나무 천지~~~! 이쁘긴 이쁘더라....
 

^^ 이상한 사진만 찍고 왜 악양들 평사리 전체 사진이 없냐~~~~~했을까나...
이 사진..정말 아끼고 아끼는 사진이다...
저 멀리 산자락을 병풍삼아
도도히 흘러가는 초록빛 진득한 섬진강
그를 감싸는 푸른 평야.....
들판 한 가운데 떠있는 섬 같은 두 그루 나무....
최참판댁 앞마당 담벼락에서 찍은 사진...
아아아아...~>~ 정지용의 "향수" 시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음.....
구도가 마음에 들지 않지만...
평사리 뒷산을 찍은 사진이
잘 나온게 없어서...=.=;;
풍경 사진으로 대신...
바람이 불지 않은 오후라
풍경 소리를 못 들어
약간 아쉬움...
 
 
 
 
 
 
 
 
 
 
 
 
 
 
 
 
 
최참판댁 대문가에서...
아부지가 어느 책에서 보셨다던데, 어느 사진작가가 최참판댁 대문가에서 보는 하동 악양들 평사리의 풍경이 최고라고 했다고 아이처럼 들뜨셔서 대문으로 뛰어가시더라...^^;;
 
옆 사진은 구도는 약간...좀 더 오른쪽으로 가서 찍으면 멀리 섬진강까지 담을 수 있다. 미니녀석을 온전히 담아내려다 뒷 배경을 채 신경못썼다....-,-;;;
 
 
 
 
 
 
 
 
 
 
 
 
 
 
 
 
 
구도 맞추다가...
에라이~
그냥 대문가에서 찍을래!
....하야 찍은 사진.
 
하늘과 들판을 넣으려
줌을 완전 가동하지 않은 상태라 섬진강이 좀 멀리 보이지만.....
 
정말...
경치 좋더라....+.+
하동의 풍광이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토지의 풍부함은
하동의 이러한 풍광을 듬뿍 담았기 때문이 아닐까.....
 
 
 
 
 
 

 

대문 앞 길가에서...약간씩 위치를 옮겨가며 찍었다.
아부지의 일반 카메라 파노라마로 찍은 사진이 더 멋지건만,
디카로 찍은 것만..^^;;
 
하늘에서 내려온 햇빛이 악양들에 줄긋기 놀이를 하고 있다.
평사리의 들판은 이렇구나...
'토지'의 풍광은 이러했구나...
 
 
햇빛을 한껏 품은 우리는 그렇게 평사리를 뒤로 했다. 생각지도 못한 곳을 만나 섬진강의 기운을 얻어가는 기분. 횡재한 듯한 기쁨..^^ 남도의 바다를 아쉽게 떠나온 마음을 이 곳에서 위로받는다.
 
아직도 뺨을 간지르는듯한 평사리의 마른 바람과, 며칠만에 제대로 내리꽂는 따가운 오후의 햇빛, 풍부한 녹음의 그늘을 한껏 받아내는 섬진강과, 그 강을 포근히 안는 주위의 들....
 
전형적인 우리네 농촌의 풍경이건만.....난 이런 전형성을 잊고 살았던가 보다..
그네들이 한껏 내뿜는 순수함에 마음껏 숨쉬기를 하고 다시 길에 접어든다........
 
가던 길을 다시 쭈욱 따라가면 이제 하동 화개장터....그리고 쌍계사에 이르는 십리벚꽃길이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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