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19일 금요일

남도여행 첫날 (1) - 서울 -> 목포

남도의 바다를 보고팠다.

도시 속에서 방향을 잃고 눈이 흐려진 내게 남도의 바다를 보여주고팠다.

왜 남도였을까....

내가 지금 있는 곳에서 가장 곳을 무의식적으로 찾고 있었던 것일런지도 모른다.

 

이런 마음이 통했는지...아부지가 같이 나서주셨다.

어쩌면..혼자라도 가겠다는 딸의 모습이 안쓰러워서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난...남도를 보고팠다.

그리하여..짐을 꾸렸다.

남도의 바다와 하늘을 눈에 담으려..

 

 

 

8월 24일.

 

새벽의 찬 공기와

아직은 어슴프레한

동쪽 하늘서

수줍은 새색시마냥

살포시 고개내민 햇빛에

미소로 답하며

집을 나섰다.

 

이제

내 앞에 이 있다.

 

 

 

지도를 펼치면

한반도 서해와 남해가 만나는 곳에

커다란 섬이 하나 있다.

진도.

400여 년 전 이순신의 13척 함대가

300척의 왜군을 만나 기적의 승리를 일군

울돌목의 땅.

드라마를 보고 가슴이 뛰었다고

부인하지 못한다.

소설을 읽고 울돌목을 내 눈에 직접

보여주고팠다는걸 부정하지 않으련다.

난...

의 바다와

그 바다가 들려주는 울음소리를 듣고팠다

 

그리고

다행히 2005년 여름

그 울음 소리가 내 귀를 감아주었다.

 

 

 

여행의 시작은 이러했다.

처음은 그저 "바다"가 그리웠다. 바다가 주는 짭조름한 내음이 그리웠다. 그래서 생각해보니 내가 바다를 보러간 지 벌써 몇 해던가...까마득한 세월을 손가락을 다 세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며 했던 생각 - "그래. 바다를 보고 오자. 하루라도 좋아, 아니 단지 몇 시간 만이라도 좋아. 바다를 보고 오자~!"  친구들을 둘러보았다. 아쉽지만...늦여름 내가 원하는 만큼의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았다. 혼자라고 가려고 여기저기 쑤셔봤지만 교통비나 숙박비 모두 만만치 않았다. 며칠동안 컴퓨터 앞에서 혼자 끙끙대던 내게 아부지 한 말씀 - "같이 가자. 차 끌고."

 

그래서 시작한 나의 늦여름 여행.

처음으로 방향을 잡은 곳은 당연히 남쪽의 큰 섬, 진도였다. 진도군 홈페이지를 찾아 가볼만한 곳을 챙기고, 가는 김에 근처 해남 땅끝마을/토말도 들리고, 그 다음에 좀 더 가서 여수까지. 간 김에 하동땅도 보고 구례땅도 보고 근처 할머니 아부지 고향도 가보고 그렇게 돌아다닌 후 서울로 오자...

 

 

 

 

며칠동안 머릴 싸매고

스케쥴을 짠 뒤,

숙박과 음식점 및

구경할 곳의 주소까지도

모두 챙겨 문서로 만든 후

 

8월 24일 새벽 5시 반

을 나섰다...

 

드디어 출발이다..

 

 

 

 

 

 

진도를 가기 위해선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야했기에

집에서 일단 고속도로 진입을 위해

서울을 횡단해야만 했다.

방학동 아파트를 나선 후

동부간선도로를 타고 안암동 근처에서

내부순환로를 탔다.

 

아침 노을이 찍힌 사진들은

모두 내부순환로를 타고 가면서

들뜬 마음에 내가 디카를 눌러서

얻은 사진들이다.

아직 출근 러쉬아워에 이르지 않은

이른 시각.

하늘은 붉었고,

공기는 차가웠으며,

길은 열려 있었다.

 

 

 

 

 

사실 출발하기 며칠전부터

계속 일기예보를 보며 노심초사했다.

서울은 물론 남쪽도 비가 계속된다는

일기예보가 그리도 야속할 수 없었다.

그래도...

"비가 와도 가야지~" 라는

아부지 말씀이 어찌나 고맙던지...

여하튼 출발당일

하늘은 구름을 많이 품고 있었지만,

구름은 비를 내지 않았고,

그 사이로 빼꼼히 얼굴 내민

말간 해가 그저 이뻤다.

하늘은 시간마다 그 표정이 다르지만,

이날의 새벽하늘은

여행을 떠나는 우리들에게

평안하고 무탈한 길을 알려주는 듯

그저 말갛게 웃고만 있었다.

그저 살갑게,

그저 미소지으며.

 

 

광명을 지나 인지를 채 하기도 전에 서해안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톨게이트까지 가는 동안 난 그저 초록의 눈부심이 주는 달콤함에 푹 빠져 있었다. 어쩜 그렇게나 산이 파랄 수 있는가. 들이 파랄 수 있는가. 도시 속 희뿌연 연기 속에서 빡빡한 움직임밖에 할 줄 몰랐던 나의 눈이 서서히 풀린다. 도시 속 답답한 공기밖에 숨쉴 줄 몰랐던 나의 코와 폐가 먼지 없는 대기 속에서 피어났다. 서울 밖의 자연은 그토록 눈부셨다.

 

   

 

평택항을 처음 봤다.

무식한게 탄로나지만서도 난 평택이 내륙의 도시인줄로만 알았다. 아부지한테 평택항에 대해서 얘길 듣고도 그저 아득하게만 생각했었는데, 멀리 서 있는 크나큰 컨테이터를 보고 평택의 위용에 놀랐다.

 

그 옆을 가로지르는 서해대교의 모습은 TV에서 보았던 모습과 다르지 않았지만 그래도 새로웠다. 아..이게 서해대교로구나..들뜬 마음으로 눈에 들어온 다리는 그저 이뻤다...마음은 벌써부터 진도로 내달리고 있었지만, 한동안 미디어에서 그렇게 떠들고 다녔던 "행담도 휴게소"가 바로 코앞인데 그냥 지나칠 수 있으리오~~! 바닷가 아침 바람 맞으며 그 차가움에 살짝 어깨를 움추리며 그렇게 서해의 아침바다를 맞았다. 갈길은 멀었지만 아직 해는 그리 높지 않다.

 

 

 

아직은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휴게소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성수기도 지난 이른 아침의 휴게소는 휑그러니 너무 크게만 느껴졌지만, 그런 느낌도 오늘만큼은 즐겨주리라. 하늘의 구름이 그 층을 한층 짙게 깔고 있어서 내심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어떠랴~ 남도의 비는 서울의 비처럼 맞고나서 찝찝하진 않을터~ [...라고 생각했다..^^;;] 단숨에 내달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서해안고속도로의 끝에서 끝까지 가는 여정은 길다. 서울을 지나 경기도를 거쳐 충청남도, 전라북도, 전라남도의 끄트머리...먼 길이지만 기대감도 부푼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따라가면서 "서해안인데 바다가 많이 안 보이는거야~" 툴툴대기도 했지만...간간이 보이는 백사장과 바다는 그저 얼굴에 미소를 비추게 만들었다. 서해다..바다다....

 

다시 한참을 달린다.

하늘을 봤다.

어...인가??? +.+

"바부....이시간까지 저리 떠있는데 어찌 달이냐? 금성이야~"

.....달 아니야? "금성이라니깐!"

동생녀석의 핀잔을 받으면서도..달이라고 믿고픈 나...아...금성이구나...=.=

 

잠깐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서천휴게소에 들려서 아침식사를 했다. 운전을 해서 그런지 아부지의 식욕은 역시나(!) 왕성...+.+ 이 시간까지도 아침 공기의 차가움이 뺨을 적신다...

 

변산반도를 지난다..채석강부안 촬영지도 들리고팠지만..언젠가 다시 가볼 기회가 있겠지..

 

..................

드디어........목포다.....유달산이 저 멀리 오른쪽으로 끼고 돈다.

 

영산강 하구의 둑을 지날때 차 안에서 찍은 사진. 그래.....3시간 반 만에 난 서울을 떠나 목포에, 서해와 남해가 입맞추는 이 곳에 와 있는 거다. 그렇게나 떠나고팠지만 그렇게나 발이 묶여 있었다..하지만 자그만한 용기를 내면 이 짧은 시간에 이렇게 올 수도 있구나.... 바다의 지릿하고 짭쪼름한 바람이 차 안으로 몰려든다.

 

그러나 아직 진도는 보이지 않는다. 목포에서 해남,진도까지의 길은 생각보다 멀었다. 아니, 내 조급한 마음이 그 길을 더 멀게 느낀 것일런지도 모른다.

 

이제 .... 저 멀리..

진도대교의 윗부분이 서서히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to be continued..

 


출처 rani's ORCHID ROOM | 뿌까
원본 http://blog.naver.com/spikebebob/120017568853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