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23일 화요일

남도여행 마지막날 (4) - 남원 광한루...그리고 다시 집으로..

바다내음이 그리워 떠나와 지리산의 녹음에 흠뻑 빠진 사흘...

이제 마지막이다...

 

담양에서 대나무죽통밥으로 점심을 마친 후, 포만감에 한껏 젖어 다시 길에 오른다.

원래 여행계획으로는 담양 대나무숲이 마지막이었으나,

여행 직전, 그리고 여행하는 도중 방문지가 한 곳 추가되었다.

바로, 남원 "광한루".

 

미니녀석, "광한루 가서 월매랑(!) 소개팅이나 해야지~" 들떴다.

아부지, 여행이 별 탈 없이 거의 끝마무리 되어가서 즐겁다.

나, 머리 속에 박힌 바다 내음과 우거진 녹음의 비릿함에 취하다.

 

이제....이번 여행의 마지막이다..

 

 

담양에서 남원까지 넉넉잡고 한 시간 반 정도 걸렸다.
하늘은 청명했고,
쏟아지는 뜨거운 햇살에
바람은 거의 말랐다.
공기는 약간 들끓었으나,
가을의 청명함과 건조함이
사뭇 느껴지는
햇빛 찬란한 오후. 

춘향이의 고향,
남원, 그리고 광한루에 왔다.

햇빛을 한껏 받은
광한루의 단청빛은
곱디 고운 색깔을 뽐내며
우리들 눈 속으로
한없이 파고든다.

이곳에서 이몽룡이
저 멀리 그네 타는
춘향이를 보았구나!!

파란 하늘을 수놓았을
춘향이의 능라 치맛단은
어디로 갔느뇨....

 

 

 남원에 유배된 황희() 정승이 그의 선조인 황감평이 지은 '일재'라는 서실을 헐고 누각을 다시 짓고 그 이름을 '광통루()'라 하였으나 그 후 1444년 관찰사 정인지가 그 아름다운 경치에 취하여 '달나라 미인 항아가 사는 월궁 속에 있는 광한청허부와 같다'고 하여 광한루라 개칭하였다고..

 정유재란 당시 1597년 남원성에서 만 여명이 순절할 때 누각도 소실되고, 지금의 건물은 인조 4년(1626) 당시 남원부사 신감()에 의하여 복원되었다. 이후 여러 차례 중수를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 '광한루' 네이버 백과사전에서..

 

 

으흠..광한루가 그런 뜻을 지니고 있었군~ +.+ 여행 직전까지도 별 생각이 없었던 곳(!)이기에;;;; 사전지식 하나 없이 간 곳이라;;

 

여하튼 이렇게 내가 와 있다.

사실 TV 뉴스나 드라마를 통해서 여러 번 봤던 곳이라 감흥이 있을까..했지만, 나름대로 공원화하여 깨끗하니 꾸며놓은 광한루 '공원'. 광한루 앞 오작교도 걸어보았고, 광한루 앞 연못에 떠 있는 섬(! 이던가..? =.=;;) 에도 건너가서 나무그늘에 잠시 햇빛을 피해보기도 하고, P모 윤주양(!)에게 전화를 때려[ =.=;; 아프겠다;;;] 실컷 자랑을 하기도 했고...

 

저 멀리 길게 드리운 그네줄이

하늘로 펄럭인다.

하늘과 맞닿자 툭 터지는 꺄르르 웃음들..

반대쪽으로 올려지면 또다시

터지는 환한 미소..

그래....선녀들이로구나~~

 

 

민망한 내 사진을 제쳐두고~ 아배 사진으로~ 뒤에 보이는 다리가 오작교~! 사람들 안 올때 찍느라고 좀 고생;;;;

광한루 그림자를 품은 연못에는 어김없이(!) 내 팔뚝보다도 한없이 큰 잉어들 천지. =.=;; 한쪽에서는 잉어먹이도 팔던데....개인적으로 이렇게 크나큰 물고기들은 무/섭/다/ =.=;; 경복궁 경회루 등지에서 만날 때다 사실 기겁을;;;;; 그네들 입이 거품물고(!) 수면위로 올라오는 광경은 으으으으으으...상상만해도;;;;;;

 

 

 

 

 

경회루를 돌아, 한켠에 있는 춘향이 영정을 모신 사당도 둘러보고, 못올라가게 막아놓은 광한루 대신 연못가 한켠에 있는 정자에 올랐다. 따가운 햇빛과 올라오는 지열을 피할 수 있는 정자라....>_< 게다가 우리 일행밖에 없어서..이번에도 역시나 컨셉사진으로;; ~ㅅ~  아부지는 이런 사진 찍는거 별로 아니 좋아하셨는데 이번 여행으로 미니랑 나한테 전염된듯;;; 좋지 뭐~~~~~

 

여행 막바지인지라 지친 것도 있고, 여행 동안 울리지 않던 내 핸드폰이 이날 광한루에 도착하자마자 울리기 시작하여 사진은..많이 못건졌다;;

 

우리야 남원에 광한루 보러 온 관광객이기에 입장료라 그러려니....하고 내지만, 사실 전체적으로 넓직한 공원으로 조성된 곳인지라, 남원 시민들에게는 좀 더 싼 값으로 개방되어도 좋지 않을까....하기도 했다. =.=;; 제3자의 안이한 생각일까. 광한루 공원말고도 근처에 춘향이 테마파크던가..그런 것도 있던데,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 셋트 등이 마련되어 있다고 하던데, 그곳은 너무 돈내음이 날까....아부지는 가볼까나~ 하셨지만, 내가 싫다고 했다. 그저..난 광한루의 모습에서 춘향양과 몽룡군의 아련한 모습을 맛보고 싶었기에.... 이런 기분을 지극히 현대적인 [물론 그 안에 마련된 셋트는 옛집들이지만...] 테마파크에 나눠주고 싶지 않았거든. <<춘향전>> 소설처럼, 광한루 바로 앞에서 바라본 저 편의 그네의 모습으로만, 그저 그 모습 그대로만 간직하고 싶기에..... 

 

광한루를 나온다. 광한루 근처의 여러 "남원 추어탕" 음식점을 보고 미니녀석, 입맛 다신다 ^^

밥먹은지 얼마나 되었다고~~!! 하지만 나도 내심.."남원은 추어탕인데..." 하면서 아쉬워한다.

^~^ 우리의 여행이 언제부터인가 "남도맛기행"의 성격을 띠게 된듯....

아쉽지만 그렇다고 부른 배에 구겨넣을 수도 없고, 미니녀석의 쩝쩝 입맛다시는 소리를, 여행내내 찾아 헤매었던(!) 빠삐코 하나 앵겨주어서 잠재운다.

[..우리집 아부지, 나, 동상녀석 모두 빠삐코 매니아 +.+ 하루에 하나...는 심하고, 이틀에 하나는 먹어줘야 산다~~! >_< 계속 못  찾았다가, 드디어 광한루 근처 구멍가게에서 발견하다! 아아아  정말 기뻤어~~]

 

이제 집으로 향해야 할 시간.

어디로 해서 갈까......를 그 전날부터 아부지랑 동상녀석 지도책 피고 고민한 결과, 담양에서 남원으로 온 뒤, 다시 광주로 올게 아니라 임실을 지나 전주로 가서 거기서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올라가는 길을 택했다. 뭐 나야..~.~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 되니까;;; 남원에서 전주까지는 국도를 따라가는 길. 뒷좌석에 앉아 빠삐코를 '음미'하며 남원 시가지의 마지막 여운을 담는다. 언젠가...다시 올....수 있을까....나..? ^^;;

 

물어물어 임실로 향하는 국도에 접어든다. 이번에도 우리의 자랑스런(!) 업데이트 안 된 GPS가 제기능(!)을 발휘, 구불구불~~ 옛 도로를 따라간다. 도중에 새로 난 길로 접어들게 만드는 GPS. 뭐 3일동안 익숙해 졌지만, 막판까지 이리 돌고돌게 만드는구나~~~ 이런,,,일순 당황하게 되지만, 뭐 이렇게 돌아가는 재미도 있지...한껏 녹음을 가까이서 만나게 해주니까....

 

임실이란 지명은 예전부터 그 발음이 참 이쁘다고 생각해서 보고팠는데, 임실 옆을 스쳐 지나가서 좀 아쉽다...쩝..언젠가 다시올 수 있을까..?? 여하튼, 임실까지는 어떻게 버텼는데, 그 뒤로는 슬슬 눈이 감긴다..  =.= 아..식곤증일까나, 아니면 여행 막판이라 긴장이 풀려서일까나......

 

"누나야~ 누나야~ 인나 봐라~"

동생이 흔드는 통에 눈을 뜬다.

......어라, 여기가 어디더냐...

"전주 다 왔당께~ 으아~ 비빔밥 먹고가는거야, 그런거야?"

...... 그랴, 넌 끝까지 먹는 야그구만...

어느새 시간은 4시 반, 우리는 전주에 도착해 있다.

호남고속도로를 타기 전, 주유소에 들렀다. 부시시한 머리카락을 쓸어담으며 차에서 내려 한껏 기지개를 핀다. 후아암~~~

"전주까지 왔는데, 정말 비빔밥 먹고 가, 말아..??"

........ 아예 하룻밤 더 자고 가지 그랴~

"정말?? 그럴까? +.+ 그럼 저녁은 비빔밥~"

.........아서라.. 엄마 혼자 있는데 가야지...

 

다시 길에 오른다. 처음 와본 전주 시내는 꽤 넓다. 아직 퇴근시간은 이른듯 한데, 길 위 차량의 행진은 끝이 없다. 넓고 막힘없는 바다나, 깊은 계곡을 품은 녹음덩어리만을 보다가 갑자기 높다란 아파트 단지를 보니 잠시 어안이 벙벙하다. 그래.....난 벌써 한반도 허리정도까지 올라왔구나....바다와는 그만큼 멀어졌고, 산들도 저 뒤에 있지...그래.....

전주시를 관통한다. 한옥마을이 보일까 했지만, 차량과 건물들에 가려서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아쉬우나마 저 멀리 전주 월드컵경기장이 보인다. 저 경기장이 방패연을 모델로 만들었던가...??? 갑자기 그렇게 큰 인공조형물이 눈에 들어오니 기분이 묘하다. 색다른 감탄의 맛과 함께, 아직 자연의 색에 더 익숙한 내 눈의 미묘한 낯설음... 음....아직 집에 가기 싫은건가..^^

 

호남제일문을 거쳐 호남고속도로를 탄다.

올때와 달리 서울로 올라가는 길 위 차량들이 많다. 뻥뻥 뚫려있던 아침의 서해안고속도로가 문득 그립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돌아가는 길이 왠지 묵직하다. 다시 내 눈과 마음과 머리에 회색때를 입혀야 하기 때문일까.....그래도 이번 여행은 정말 간만에 '귀로가 뿌듯한' 여행길이다. 내 첫 외국여행때나, 내 첫 배낭여행때나, 티벳/몽골을 다녀왔을 때나......그렇게 온 몸을 훑고 지나가는 아련함이 남는 여행. 언제 또 이런 여행을 떠나게 될까....언제 또 이런 귀로를 느끼게 될까...

 

서울로 올라오는 길은 생각보다 오래 걸리진 않았다. 중간 잠깐 피로하야 어느 휴게소에서 [=.=;;순간 휴게소 이름이 생각안난다!!!!! 대전 지나자마자 있던건데!!!] 한 30분동안 일행 모두 눈을 붙였던 것 빼고, 쉼없이 달려 중부 고속도로로 접어든다. 구리쪽으로 빠져서 우리집으로.......오히려 서울 근처에 다 와서 무지하니 막혔다. =.= 3일동안 여행에서 봤던 차보다 더 많은 차를 돌아오는 길 서울 근처에서 다 본 듯하다. 그래.....그래서 여기가 서울이구나..그렇게나 떠나고팠던 곳, 그러나 끝내는 돌아와야 하는 곳. 그러나 이번만큼은 귀로가 그리 괴롭지 않다.

 

이제 이다..

피곤한 몸이지만, 집에서 어무이가 맞아주니 [...사실은 어무이 주무시고 계셨다;;;다음날 가게에 나가야 하기에..] 좋다. 그래...서울은 반갑지 않지만, 집은 반갑다. 내 방의 온기가 반갑다. 짐을 하나하나 풀고, 늦은 저녁을 먹는다. 다들 아직까지는 상기된 표정, 들뜬 마음. 여행을 무사히 마쳐서 즐겁고, 라면으로 주린 배를 채워서 기쁘고, 어무이가 별 일 없이/우리없이 3일동안 잘 지내서 좋다.

 

그렇게...우리 가족의 3일동안의 남도여행은 이 났다.

 

오래 두고 되씹고픈 추억이 있다.

마음한켠 고이 간직하고 꺼내보며 미소짓는 시간이 있다.

여행을 다녀온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서울 하늘 아래서 아직도 그 때 맡았던 남도의 비릿하고 짭조름한 바다 내음과

이 서울의 아스팔트 위에서 아직도 그 때 섬진강가에 드리워진 녹음의 푸르름

한껏 품고 있다.

 

아부지하고 잠깐 같이하는 차 안에서의 시간이나,

동생하고 잠깐 같이 TV보는 늦은 밤 시간이나,

간간이 그 때 그 여행 이야기가 나온다.

그 때 만큼은 모두들 얼굴에 아른한 미소를 띄우면서..

 

벌써부터 다음 여행은 어디로 갈것인지 가슴을 부풀리지만,

이번...정말 오랫만에 가족끼리 갔던 이 남도여행 3일은 오래토록 잊혀지지 않으리라.

언제까지라도 어디에서라도...

 

시원한 새벽바람에 움추리면서도 환한 미소를 잊지 않고,

쏟아지는 빗속에서도 찡그리지 않고,

입에 담게 된 음식 하나하나에 감탄하며,

바보같이 순박하지만 그런 순수한 마음으로 미소짓게 만들었던 동생 미니녀석과,

 

쓰러질까 안쓰러워 잡아주셨고,

장시간 운전대를 잡으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부족한 딸네미 짐 하나 덜어주려 애쓰시며,

자식과 함께 고향에 왔다는 기쁨에 아이같이 즐거워하셨던 아부지와...

 

티벳의 날카롭고 차갑지만 순수한 대기를 잊지못하여 떠남을 갈망하며

바다가 그리워 하늘을 찍고,

녹음이 그리워 또 하늘을 찍다가

드디어 바다내음이 몸을 맡기고 녹음의 그림자 밑에서 쉬고 돌아왔다.

 

이 여행기들을 읽으며 그 날의 햇빛 찬란함과 내 뺨을 스치던 대기를 기억할 수 있겠지.

언젠가 또 다시 바다내음과 짙푸른 녹음이 그리워지면 내 마음 위로받고자 이 글을 읽겠지..

 

삼일이 그토록 길 수 있었고, 또한 그토록 짧을 수도 있었음을 기뻐하고 아쉬워하며...

이번 여행을 추억의 한 켠에 고이 접는다.

 

 

 ............................ THE END.................

 

 




출처 rani's ORCHID ROOM | 뿌까
원본 http://blog.naver.com/spikebebob/120018533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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