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21일 일요일

남도여행 둘째날 (1) : 강진 -> 여수 향일암

하나 둘 이슬비가 내리는

강진의 아침.

 

8월 25일 새로운 아침이다.

 

어슴프레한 새벽하늘과

대기의 습기를 한껏 머금은

풀잎 위 이슬 노래가

살짝쿵 귓가를 스친다.

 

오고팠던 땅.

강진의 새벽과

그렇게 조우하고

그렇게 이별한다.

 

 

 

강진의 대기는 묘하다.

산에서 불어오는

서늘한 푸근함

바다에서 올라오는

짭조름한 내음이 어우러져

강진의 공기를 버무린다.

 

강진은...

이런 곳이었던가....

 

숙소 바로 뒤에 있던

김영랑 생가의

잠긴 문고리가

더더욱 아쉽다...

 

 

 

강진에서 여수

머리를 돌린다.

오늘은 또 얼마나

멀리 뛰어가려나...

 

오른쪽 산 너머에

바다를 끼고

 

왼쪽 산 구비구비

고개를 넘어

 

남도를 스쳐간다.

 

 

 

 

장흥을 지나 보성으로..

보성을 지나 벌교로...

낙안을 지나 순천으로....

생긴지 얼마 안 된 듯한

산업도로의 속도가 매섭다

 

아....중간에 만난 경전선.

우리나라에 거의 마지막

간이역들과 구비의 접함점

그래..여긴 속도의 직선보다는 완행의 구비가 어울리는 곳이겠지...허나 지금 우리 일행에겐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 속도가 절실하니..이 무슨 아이러니일까. 속도를 피해 떠나온 길이지만 여전히 속도에 떠밀리고 있다...

 

순천을 지나 여수쪽으로 머리를 돌렸다. 꽤나 먼 길. 아니, 내가 또 너무 다급하게 생각했던가...중간에 이번 여행계획에 넣을까 한동안 고심했던 낙안 민속마을 표지판도 보였다. 흠......낙안도...멀구만.....표지판에 의지해 도착한 여수시는 생각보다 컸다. +.+ 여수항과 시내를 돌고돌아 돌산대교다... 아침 출근시간과 맞물렸던지라 여수시내에서 잠깐 지체했건만..돌산대교는 생각보다 아담하니 여수시와 돌산도를 연결해주고 있더라...여기서부터 향일암까지는 또 얼마나 갈까..

 

 

 

 

돌산도도 생각보다 큰 섬이다.

~.~;; 국내여행도 가는 곳만 계속 가서 그런가... 새로운 곳에서 접하는 낯설음이 생소한 무서움으로 다가오지만...그래도 그것이 여행의 맛 아니겠는가...

여수도 길게 남해로 뻗은 반도 끄트머리에 자리잡은 도시건만, 우리의 목적지 향일암은 여수에서도 육계도를 건너 아래위로 길게 뻗은 돌산도의 끄트머리에 있더라.....덕분에 바닷가 바로 옆에 나 있는 2차선 지방도를 따라 아침 이른 시간 신나게 드라이브 하다!!! ...비 온 뒤라 커브가 심한 도로가 약간 무서운 감도 있었지만, 막상 운전하는 아부지는 콧노래를 흥얼흥얼~ 무표정하던 동생녀석의 입가도 어느새 희미한 미소가.....^~^

나야 당연히 happy~happy~

어제 잔뜩 흐렸던 구름이 오늘 아침하늘에도 보이길래 살짝쿵 걱정하기도 했지만....그 사이사이로 빼꼼히 내민 햇살의 부끄러움이 그저 반갑기만 한 아침의 남해, 여수의 바다...

 

 

 

 

 

빼꼼히 내민

햇살이 반가워

잠시 차를 멈췄다.

 

여행사진찍기에

한껏 재미들여버린

동생녀석의

'컨셉 사진'

.....

하늘에서 내리쬐는

햇살을

저 왼손에 한웅큼 잡는 듯한

사진을 원했다나 어쨌다나..

 

=.= 동상녀석의 단점..

지 머리 속에 있는 말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면서

타인이 제대로 안 해주면

뭐라 짜증낸다..

짜샤..표현력을 키우거라...

 

 

드디어 도착했다.

향일암 向日庵...

이 산이 향일암이 있는 금오산. 사진의 좌측 좀 큰 나무 있는 곳이 향일암이다.... 생각보다는 나즈막한 산. 바다를 바라보고 바닷바람을 한껏 들이마시는 산중턱의 암자..... 이곳에서 보는 일출이나 일몰은 가히 일품이라던데...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오전 9시...^^ 참 어중간한 시간이지만...인적이 드문 주변의 바람이 세차다...

 

 

 

산아래 공터에 주차한 뒤 오르기 시작한 길. 50여 미터 쯤 가파르지만 상가를 양측에 낀 아스팔트길을 걸어오르면 왼편에 작은 매표소가 보인다. 표를 끊고 앞으로 쭉 가면 평지로 올라갈 수 있는 길이고, 매표소 옆 사진의 계단길로 올라가는 길 두 가지 길이 있다. 계단길이 생각보다 가파라 보여 순간 걱정이....=.=;;

"아저씨..어느 길이 편해요?"

[..어쩔수없다 난 편한길이 좋아]

"둘 다 올라가기 괜찮아요."

"어디가 더 빨라요?"

"계단으로 가면 한 5분..돌아가면 한 10분.."

"^^ 계단으로 가야겠네요. 감사합니다~"

 

 

짐이 되더라도 챙겨간 등산화가 이때 그 진가가 발휘되겠구마~~~~

계단이 한동안 계속되는 길이었지만...생각보다 조금만 고생하면 한껏 올라와주는 계단이었기에 쉬엄쉬엄 올라가기 시작했다. 비온 뒤라 땅에서 올라온 지렁이들도 꽤 보였지만..뭐..=.=;;;;; 땀이 좀 날만...하면 잠쉬 쉬며 한층한층 올라갈 때마다 달라지는 남해의 풍경도 감상하며, 이렇게 컨셉 사진도 찍고...~.~;;;

 

 

 

 

아직도(!) 계속되는

계단길...^^;;

 

생각보다 힘들진 않았지만

이 길을 보고 기겁할

영화양이 문득 떠올라

피식 웃기도...^^;;

 

나중에라도 갸 데리고

향일암 오려면.....

죽어도 못올라간다고

뗑깡 부릴려나..^^

 

하지만...

정말이지 향일암 올라가는 길은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금세 끝나버려서 약간은 아쉽기도....

 

이 계단 오른쪽의 숲은

야생란..춘란이었나...? =.=a 이름을 순간 까먹었다..자색의 이쁜 꽃을 피운 난초들의 군락지여서 가는 내내 눈이 즐겁다.

 

 

계단을 다 올라가면

돌벽돌이 깔린 길을 좀 올라가는데,

왼쪽에 서 있는

높다란 소나무 사이로 보이는

남해 바다가 반갑다.

나무들이 늘어뜨린 그림자와

솔솔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시원한 산행길...

이런 길이라면 언제든지

산에 올라갈텐데..^~^

 

슬슬 높아지네....하는 틈에

길이 조금씩 좁아진다....

어디로 이어질 것인가??

위에선 자그마하니

불경을 읊는 소리가 들린다....

아아 벌써 다 온것인가베....

음..그런데..길이..??

@.@ 없.다......하는 새에

바위 이 빼꼼히 보인다...

 

@.@ 오오..

저 아래를 지나가야 하는 것이야??

신난다~~

 

 

 

 

 

 

흣..

아부지가 찍은 사진이라.....초점이..ㅠ.ㅜ

 

민망하지만..^^ 나와 내 동상....

 

동상녀석이 가리키는 곳이

위 사진에서 보이는 바위사이로 난 길.

 

넓다란 길이 좁아서

한 사람 겨우 지나갈 정도의 길로

좁아진 향일암 가는 길...

 

훗....

내..이끼낀 곳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

전형적인 도시처녀 이지만...=.=;;;

아직도 이끼가 내뿜는

야릿한 냄새에 익숙하진 않지만....

이날만큼은

저 등산화 신고,

저 등산복[상의] 입고

향일암 금오산을

냅다 뛰어 댕겼다..+.+

 

 

 

 

 

바위 사이에 난 길은 정말 좁았다 =.=;;

내가 좀 더 살이 쪘다면 과연..? =.=;;;;

 

머리 위에 얹혀진 바위는 꽤나 높았고,

그 안은 축축했다...

 

바위 천장 중간에 껴 있는

저 막대기의 정체는 과연 무얼까..?? +.+

 

이 사진을 찍기 위해

다시 동생 녀석과 아부지를

바위 아래로 밀어(!) 넣었다..^^;;

 

비가 다시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면서

한껏 축축했던 공기가

더욱 미끄러워지고

기쁨에 들뜬 땀과 낙우가 섞여

더더욱 무거워진 옷에

 길을 재촉했지만...

이런...

=.= 길이 어딨지..??

 

작은 표지판 하나가

향일암으로 이끌고 있다....

 

 

 

 

 

.......

작은 표지판이 없었다면

저 위의 바위사잇길을 빠져나와

눈앞을 막는 담장에 황당해 할 뻔도;;;;

 

표지판을 따라 다시 왼쪽으로 굽어드니

또 다른 바위사잇길이

빼꼼히 하늘로 목을 틀고 있다...

 

이제 이 구비를 돌아 저 계단을 오르면

오늘 여행 둘째날 첫 목적지인

향일암이다...

 

 

 

 

 

 

 

 

향일암에 오르기 시작한 곳이 바로 저 멀리 보이는 곳에서부터다....생각보다 올라오는데 힘들지 않았건만 이리 보니 꽤 올라온 듯도.....

저 불쑥 튀어나온 곳이 거북이 머리와 비슷하다고 하야....거북이 등껍질에 해당하는 이 산을 '금오산 金鰲山' 이라 한다고..[찾아보니 저 '오'자는 자라를뜻하는 한자던데..;;;=.=a 에잇 몰라몰라~] 하늘이 약간 흐렸지만 여기서 내려다 본 풍경...역시 멋지다..+.+

 


+.+ 마음에 드는 사진이로다....

드디어..향일암에 섰다....+.+
아/직/까/지/는 조금씩 비를 흩뿌리는 날씨였지만...
곧........+.+
 
 
 
향일암은 전국 4대 관음 기도처 중의 한 곳으로 644년 백제 의자왕 4년 신라의 원효대사가 창건하여 원통암이라 불렀다. 고려 광종 9년(958)에 윤필대사가  금오암으로, 조선 숙종 41년 (1715년)에 인묵대사가 향일암이라 개칭했다.  임진왜란 당시에는 충무공을 도와 싸웠던 승려군의 근거지이기도 했다고. +.+
...라는 향일암 설명...
생각보다(!) 꽤나 유명한 사찰이었구나...그저 일출/일몰로 유명한 암자겠거니 했건만...
 
 
그래도..
........
향일암 곳곳은
카메라만 들이대면
사방천지가
찍을 곳뿐이더라...
+.+
 
 
 
 
 
 
향일암 대웅전 왼편에 있는 관음전에서...저멀리 남해의 수평선에굴곡을 주는 남도의 섬들....어제와 오늘아침까지 지나온 수많은 남도의 선들일테지...
 
카메라에 담진 못했지만 이 날 관음안 안에는 세상의 모든 희노애락과 연을 끊고 무아지경 명상에 잠긴 행자 한 분이 계셨다...그 분의 시간을 방해하지않으려 조용조용....
그 분의 단아한 뒷모습의 여운은 아직까지
그 깊이가 엄숙하다... 
 
 
 
 
 
인적드문 이른 시간의 향일암 경내에서 유일하게 만난 어느 커플의 아저씨께 부탁드린, 이번 여행 유일한(!!!!) 가족 단체 사진...
 
=.=;; 어쩌다보니
왜......
단체사진이 없을까나..??
여하튼...
어무이가 아니 계셔서
한 구석 휑한 사진이지만,
이렇게 세 명이서
남도를 휘젓고 다니다!!!
 
 
 

민망하지만....^^;;
여행간다고 하니 어무이가 챙겨준 모자....
^^ 덕분에 많이 안 탔다...


 


 
 
 
 
 
 
 
 
 
 
 
 
 
 
수줍은 햇살이
남도에 수놓은
햇살 자수들..
 
 
 
이제 서서히
하늘이 열리기
시작했다...
어젠 그렇게나
찌뿌린 얼굴로
눈물을 쏟아내던
하늘이건만...
 
 
 
 
 
 
 
 
향일암 대웅전 뒤쪽으로 보면
자그마한 길이 나 있다.
자그마한 판자에 "원효대사 수행암 가는 길"이라 써있는 길..+.+
몇 개 계단을 좀 오르자 비질 소리가 들린다. 수많은 여행객들이 오고가는 곳이지만, 여기는 절인지라..자꾸 잊어먹는다. 여기는 아직 여러 수행자분들이 기거하는 암자라는 것을...... 아침공양 후 사찰을 청소하시는 그 분께 머리숙여 인사드린 후...
또 다시 바위가 길을 막는다...+.+ 작고 아담한 산이 바위 천지로고~~~ 전깃불이 켜 있는 바위굴을 지나 오르니 또다른 암자가 나타났다.
 
그곳에서도 여럿 불자들과 스님들이 불공을 드리고 있었다...조용조용 올라간 그 암자 옆에 서 있는 고목.....얼마나 오랫동안 그 자리에서 바다를 굽어보고있었느뇨....
 
 
 
 
 
그 분들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조용조용 새걸음하고 앞으로 나아간다....전망대처럼 넓직한 안뜰에서 바라본 남해는....+.+
나중에 다들 꼬옥 한 번 여수 향일암 가보시라~~~~~바다에서 불어오는 오롯한 바다내음과 하늘에서 간간이 내리쬐는 밝은 햇빛이 바다위로 빛나는 띠를 드리운 그 곳.....
언젠가 다른 사람들이 가서 볼 향일암의 하늘은 내가 그 날 본 하늘과 다를테지만.....그곳의 아름다운 풍광이 주는 기쁨은 차이가 나지 않으리라.......+.+
 
 
 
향일암에서 하도 디카 셔터를 눌러대서 이 곳에서 찍은 디카 사진만 100여 장에다가,
일반 카메라로 찍은 사진도 만만치 않게 많다 =.=;; 덕분에..이날 오후에 들린 화엄사에서는
아쉽게도 디카로 찍질 못했으니...ㅠ.ㅜ 미천한 실력이지만 향일암의 풍광에 취해 열심히 찍어댔던 사진들을 올려본다..


 

 
 
 
 
 
 
 
해가 나기 시작....
힛......
아부지 한 컷~
 
미처 몰랐는데,
저 뒤쪽으로 가면
금오산 정상까지 오를 수 있는 등산로가 있다고...
=.=;'; 향일암 입장표 뒷면에 써 있는데...
 
어쩜...향일암 풍광 구경하느라 우리 일행 세명 모두 그 그림을 보질 못했다...=.=;;;
약 1km정도만 올라가면 된다고 하던데.....시간이 촉박하야 올라가진 못했을 테지만 조금은 아쉽다;;;;
 
 
 
 
 
 
 


























멀리서 들어오는 배 타이밍을 맞춰서 찍어본 사진....
>_<

 


 

 
 
 
 
 
막간을 틈타
땀을 닦는 부자....
........
=,.=
 
컨셉사진이긴 했지만...
다시봐도 웃기다...~.~
 
 
 
 
 
 
 
 
 
 
 
 
 
이 사진도
참 마음에 든다...
 
향일암 대웅전 뒤쪽으로
난 길을 위에서 내려다 본 사진..저 길 끝에 큰 바위가 서 있고 그 사이로 내려간다...
 
낮은 담벼락과
그 사이에 난 돌길과
바다로 머리 향한 나무들..
 
촉촉히 젖은
그네들의 모습이
이뻤다...+.+
 
 
 
 
 
 
 
 
 
 
 
 
 
 
 
길이 이뻐서 위 사진을 찍었더니..디카에 나온게 마음에 들어 동생녀석한테 한 번 서보래서 찍어봤다..
 
약간 초점이 흐려졌지만,
나름대로 맛이 나서 좋아하는 사진...
 
이 사진 찍은 후 동생녀석한테 보여준 뒤
"나도 이대로 찍어 줘~~~"
했건만....
 
=.=;;;;
어쩔 수 없는 내 살들에
그 핑계를 전가하기엔...
동상아...
네 사진실력이 일천한 것
이제 알겄냐..ㅠ.ㅜ
흑.....
배경이 멋졌건만.....ㅠ.ㅜ
 
 
 

 


 

 
 
 
이제 완전히 개인 하늘..
 
  
 
 
 
 
 
 
 
 
 
향일암 대웅전 앞 향로들.....
 
아주아주 오래된 물건이었으면
더욱 좋았으련만....
 
좀 더 아래로 찍었어야 했는데..
 
이때쯤 되면
슬슬 관광객들이
늘어나기 시작하야
여유있게 사진찍기가 힘들었당...
 
 
 
 
 
 
 
 
 
 



 
 
 
역시나
또 한 번 민망하지만;;;
 
향일암서 내려오는 길에...
햇빛이 좋아서
아부지가 한 컷
찍어주셨다...
 
저 멀리 보이는
남도의 파란 물빛이
보이는가!!!! >_
 
 
음..그것보다
저 살들 어쩌지 =.=;;
 
 
 
 
 
향일암 매표소를 다시 내려오니...
시간은 오전 11시...
+.+ 이야..아직 그것밖에 안 됐나...
새벽부터 바삐바삐 서두른 덕을 봤네..
 
해가 나기 시작하야 차 안 공기가 더워져서 문을 열고 잠시 식히는 중...
우리차 옆 바닥에 누워있는
괭이 한 마리...
자고 있는 줄 알았는데, 눈을 뜨고 우리가 어쩔런지 주시한다..+.+ 난 그냥 지나쳤건만 동상녀석이 어느새 요 놈을 한 컷 찍었네 그랴....
 
 
 
 
 
 
해가 나니까
남도 바다색이
눈부시다.....
 
향일암 내려온 뒤
차 세워놓은 주차장.......비슷한 곳 앞에 펼쳐진
남도의 바다...
어쩜 저런 색이 나올까..
에메랄드 색이
저보다 이쁠까... ^^;;
 
햇빛을 품고 다시 그 빛을 내뿜은 바다거죽의 빛깔은 그저....그저....그저...
이쁘다....
더이상
어떤 말이 필요하랴....
아니,
 이 이상 적절한 표현을
찾지 못하는
내 미천한 능력이
한스러울 뿐이다...
 
 

 

역시나 민망하지만....=.=;;;;;;
해변에 가서 발을 담그고 물장구 치며 놀지 않아도..
그저 이렇게 바다를 바라보고만 싶어서 떠나온 여행길...
내 원하던 바를 실컷 하고 가는 길이니
어찌 만족스럽지 아니하리오...
 
 
점심에 가까운 시간이었지만 아침식사인지 점심식사인지 채 생각도 하기 전에 배가 고파 들어간 식당. 비성수기라 빈 집이 많은 식당들이 허다했는데, 향일암 지나오다 단체손님이 있던 식당을 찾아갔는데....역시나 이곳도 손님이 와도 계속 전화통화하고 별반 반응이 없길래...잘못 들어왔나.....내심 실망하고 있는데, 동상녀석 배가 고팠는지 냉큼 가서 백반을 시키고 오는데....아아 남도의 식당에서는 서울의 기준을 적용하지 말지어다~~~=.=;
 
약간은 정신없는 내부 시설과 빠릿하지 않은 아주머니에 그닥 기분이 좋지 않았건만...동상녀석이 주문한 "해물 된장찌개"의 밑반찬이 나오기 시작하니...@.@ 오오오오오오오 돌산도의 특산물은 서울에서도 친숙한 바로 "돌산 갓김치"!!!! 밑반찬으로 나온 갓김치의 알쌀한 맛에 입맛이 슬슬 돌면서 뚝배기에 담겨나온 해물 된장찌개!!!! +.+ 세 명이 2인분을 시켰는데, 주방아지매가 우리 일행을 스윽 보더니 한껏 양을 더 담아 주셨다......@.@;; 순간 밀려오는 부끄러움.....난 너무 서울의 스타일, 속도와 겉멋 서비스에 익숙해져 있었던가 보다..  깊은 국물맛에서 풍기는 해산물의 시원함과 된장의 고소함.....+.+ 서울에서 이름만으로 멋던 그런 해물 된장찌개와는 차원이 다르다!!!!!! 맛깔스런 밑반찬에 자꾸만 숟가락을 부르는 해물 된장찌개에 기분이 한층 업~업~~~!!!! 이었는데...+.+;;;
동상녀석..정말 배가 고팠는지 전화받느라 바쁜 아부지와 밥먹는 속도가 늦어진 나를 제쳐두고 된장찌개 뜨는 속도가 장난이 아니다. 반찬을 오가는 젓가락질도 빈번하고.. +.+ 짜아식...남도음식예찬자가 여기 한 명 또 탄생하였구나~~~ ^~^
 
 
아침인지 점심인지 식사하는 도중에 다시 하늘이 흐려졌다...참으로 오락가락하는 날씨다....소나기였지만 참....거센 비가 식당 창문을 두드리건만. ^^ 식사하기에 바쁜 우리는 빗소리를 그저 한 귀로 흘려듣고...
 
식사를 마친 후 다시 왔던 길을 되짚어 간다...다시 한 번 눈에 담았던 풍광들을 맞닥뜨린다...올 때는 앞으로 남은 길이 얼마 남은지 몰라 걱정도 있었건만, 여수로 나가는 길은 기쁨과 만족으로 가득차다.
 
 
 
 
 
 
차를 세우고 찍은 사진이 아니라 한창 달릴때 찍은 사진인데, 바닷가 마을위를 달리는 전선 위에 앉아 있는 새들의 모습이 잡혔다.
 
찌뿌린 하늘을 배경으로 어디를 보고 있는 것인지.... 비가 잠시 그쳐 바람도 잦아든 바닷가 마을의 인적이 드물건만 그 빈 공간을 새들이 채워주는 것인가...
 
 
 
 

향일암으로 가는 길에 눈여겨놨던 바위다..
해안가에서 그닥 멀지 않은 곳에 홀로 서 있는 바위를
하얀 파도의 포말이 널찍하니 감싸앉는다....
바위의 외로움을 다독여주는 것처럼...
 
 
 
 
 
돌산도의 높은 산들을 뒤로 하고 너른 벌판을 거쳐 바닷가를 다시 만나는 곳에 있는 방죽포 해수욕장.
 
지금은 이미 성수기를 지난 시점이라 텅 비어 있지만,
마을과 해변을 나누는
방풍림 소나무들의 군락이
눈에 들어온다...
 
자그마한 백사장의 해수욕장에..시간만 된다면 저 해수욕장에 내려 발 한 번 담그고팠건만..나에게 이미 여름은 한거풀 꺾였고 막바지 여름 바다는 내게 눈[目]만을 허락했다..
 
 
 
 
 
구비구비 돌아나가는 길.
아직도 여수는 멀고 먼 길.
이제 여수를 거쳐 내륙으로 머리를 돌릴 것이다. 이번 여행에서 바다는 이게 마지막이다....언제 다시 올 지 모르는 남도의 바다. 한껏 눈에 담고 또 담는다. 내 회한의 눈물과 기쁨의 미소가 한껏 담겨진 그 날의 남도 바다가 날 언제 다시 맞아주랴....눈으로 담고 가는 바다....언제 다시 올지 모르겠지만 다시 만날 때도 역시나 미소로 날 맞아주기를....
 
 
 
 
 
 
여수 돌산대교를 지나
다시 순천으로 길을 잡는다.
 
이제는 내륙이다.
 
여행의 절반을 남도의 바다와 같이 보냈다. 남도의 파도와 바람이 모두 미소지으며 반겨준건 아니었지만...하늘빛 머금은 바다거죽의 에메랄드빛과, 알쌀하니 귓가를 간지르는 바닷바람과, 바다의 짭조름한 내음을 잊지 않을 정도로 내 눈에, 내 귀에, 내 코에 담아주었다....
 
 
이제 남은 여정은 지리산 자락을 돌고 돌며 남아있다. 순천을 지나 남해고속도로를 타서 광양,섬진강 하구를 지나 하동 I.C로 접어들어 하동, 악양, 화개, 구례 등지로 가는 길이다. 바다를 뒤로 하고 산으로 들어가는 길. 지리산 일대는 정말 십여 년 만인지라 더더욱 가슴이 뛴다.... 다만..하동에서 다시 바다로 고개를 돌려 남해대교 위를 지나지 못하는 것이 아쉬웁다...노량의 바닷길을 끝내 보지 못하고 산으로 향하는 발길이 차마 떨어지지 않건만.....언젠가 남해도 보리암을 갈 날, 노량 앞바다 그의 마지막 바다를 볼 수 있을터..... 이번은 지리산의 막바지 여름 녹음을 눈에 담으려 안타까운 발길을 하동으로 돌린다...
 
....to be continued...
 
 
  
 
 
언젠가..언젠가 다시 찾을 남해의 바다야..
네 몸에 이 오욕한 몸 담그기가 그저 미안하야 눈만 씻고 돌아왔건만..
내 다시 찾을 그 날...
내 이 한 몸 그 따사로운 하늘빛 그득 담은 거죽으로 깨끗이 씻어주려무나..
언젠가 언젠가 내 다시 찾는 그 날...
그 날도 네 짭조름한 내음을 한 입 가득 품고 싶구나......


출처 rani's ORCHID ROOM | 뿌까
원본 http://blog.naver.com/spikebebob/1200178058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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