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6일 금요일

엄마가 보낸 소포

몇 달 전부터 막내이모 아들. 그러니까 사촌동생이 연예인 데뷔를 위해 소속사 연습생으로 들어가면서 서울로 올라와서 부득이하게 좁은 내 방에서 함께 지내게 됬다. 동생은 아직 고등학생이라 학교를 다니기 때문에 아침 가끔먹고 점심은 급식먹고 늦은 저녁을 주로 먹는데 지난 추석때 집에 내려갔다가 올라오면서 엄마가 싸주신 김치며 반찬거리가 모두 막바지에 이르렀다...

반찬두 없고 해서 이모한테 이야기했더니 반찬을 보내주신단다..
다른 것도 아니고 반찬이라 혹시 제때 못받으면 안될거 같아서 내가 늦게 출근하는 날 배달시켜 달랬는데 나갈 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도 소식이 없었다...

어쩔수 없이 그냥 출근을 해서 목적지 절반을 이미 넘어섰을 때 전화벨이 울렸다.
당연히 택배아저씨로 생각하고 전화를 받았는데

"엄마가 집에서 반찬을 좀 보내서 가져왔는데...집에 없네??? 아까도 왔다가 없어서 그냥 갔다가 혹시 왔나 싶어 다시 왔는데..."

목소리는 한 40대 후반쯤? 경상도 사투리가 걸쭉하신 아저씨가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내 나이랑 몇 살 차이도 안날것 같은 아저씨가 다짜고짜 반말로 이렇게 이야기 하시길래...

'어... 택배아저씨가 아닌가?? 엄마가 사람을 보내서 멀 보냈나??'

"아 그래요?? 그런데 누구신데요??" 하고 물으니..그때서야

"응...우체국 택배아저씨야...."

'헐... 근데 언제 봤다고 대뜸 반말이실까??' 이렇게 생각하고는

"현관문 옆에 보일러에 놓고 가세요~" 했더니

"반찬은 보일러실에 놓으면 상할수도 있으니가 일찍와서 가져가~" 그러신다.

하긴 생각해보니 지난번에 보낸 택배는 내가 부재중 전화두 못받고 해서 결국 다음 다음 날 받았더니 분명 생김치를 보낸다고 했는데 도착한 김치는 푹~ 익은 김치가 되어 버린 적이 있었다... 한 여름이라 아이스박스 포장두 별 의미가 없었다.

"네~ 알겠습니다..." 이렇게 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우체국 택배면 분명 이모가 보낸것일 텐데... 이모는 택배 보낼때 항상 본인 이름을 쓰시는데..왜 계속 엄마가 보냈다고 했을까?? 그냥 반찬이라니까 엄마가 보낸거라고 생각했을까? 그래도 그렇지 계속 반말까지 하시고 좀 이상한 아저씨다...' 생각했다.

일이 끝가고  늦은 저녁때쯤 퇴근해서 보일러실에서 물건을 가지고 집에와서 박스를 보고 피식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송장에 '보내는 사람'란을 보니 익숙한 이모네 집 주소와 그 아래 이모 이름 대신에 크게~ '엄마가....' 이렇게 써있는 것이었다...

그때서야 아저씨가 왜 계속 엄마가 보냈다고 이야기했는 지가 이해가 되었다...

이모한테 전화해서 왜 이름을 안쓰고 '엄마가' 라고 써보냈나고 물어더니 이모부가 보낸 것이란다..
예쁜 손 글씨로 큼지막하게 '엄마가~' 라고 쓰여있는 글씨를 보고 택배아저씨도 맘이 짠~했는지 지나갔다가 다시 오셔서 끝까지 전해줄려고 하셨나보당....확인해 보니 택배아저씨의 부재중 전화가 두 통 왔었는데 내가 확인도 안하고 있었다.ㅠㅠ

센스있게 '엄마가~'라고 적어서 보내신 이모부랑.. 되도록 빨리 전달해주시려 하셨던 택배아저씨 덕분에 모처럼 싱싱한 생김치와 낙지 젓갈에 맛나게 저녁밥을 먹었다...윽..배불러...

어쨌든 택배아저씨...너무 너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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