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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6월 21일 일요일

남도여행 첫날 (4) - 진도 -> 해남 땅끝마을, 그리고 강진

 

진도에서 나온 후

우리의 방향은 토말...

해남 땅끝마을로 향했다.

 

예전 나우누리 통신할 때부터 알게되었던 K모 언니가 혼자 겨울 여행을 다녀온 뒤, 그 땅이 주는 오롯한 느낌을 잊지 못해 항상 가고팠던 곳.

 

언제가 되더라도

나 혼자라도

땅끝에 서리라..

토말에 서리라....

이제 그 땅에 간다.

 

 

 

바다를 앞에 두고 선

나지막한 산들과

그 산들 뒤에서

매서운 바닷바람을 피하는

너른 벌판들.

 

계속되는 초록에 눈이 익숙해지련만도 한데 아직도 내 눈은 초록의 싱그러움을 따르고 있다. 낙우를 한껏 품은 초록의 맑음은 정말 오랫만이다. 하늘은 한층 더 낮아졌지만 떨어지는 빗줄기의 매서움은 약해지고.. 소금기를 머금은 남도의 대기는 한껏 저녁을 앞두고 한껏 기지개를 킨다.

 

 

  

 

남도의 바다바람을 막아주는 산들은 모두 둥글둥글 두리뭉실하다. 바위산이 없고 모두 흙산이어서 그런 듯... 전라남도는 곡창지대로 논이 많다고 배웠건만 의외로 높은 산들도 많다. 대신 바다쪽에 면한 산들은 똥글매니 귀엽다.

 

해남까지 안 가고 진도 촟입에서 땅끝마을로 갈 수 있다는 표지판이 있다. 그 길로 접어드니 바다와 들판과 산이 서로 경쟁하듯 가까워졌다 멀어진다.

 

 

 

 

휙휙휙 지나가는 차 밖 풍경을 디카로 애써 잡은 컷들. 아쉬움감이 많은 사진들인데도..왠지 정이 간다 ^^ 이정도 나온 것만해도 신기할 따름....디카여서 그런가??

 

여행 전 인터넷에서 땅끝마을 찾아가는 길을 검색해보니 해남서 약 40여 km 떨어져 있다고 하더라. 아야 진도에서는.....1시간 안에 도착할 듯...했는데 예상외로 시간을 뺏겨버렷다.....=.=;;

 

 

 

큰 길로 갔으면 좀 덜 돌려나...아니면 우리가 들어선 길이 땅끝 가는 길이 맞는건가....네비게이션 업데이트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길을 떠난지라 중간에 좀 돌아가는 길도 있긴 했는데...진도서 땅끝 가는 길은 생각보다 길도 좁고 구불구불....지방도로 되어 있었다.  트래킹을 하는 듯 큰 배낭을 메고 우리가 가는쪽에서 나오는 일련의 여행자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또 네비게이션이 예전 길을 가르쳐줘서 엄한 길에서 구불구불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했을 만치 길은.....멀었다.

 

 

그래도 이 구불구불 끝이 안 보이는 지방도를 지나면서 반가운 길안내표지판을 만났다.

"어란진"

.....그래..+.+ 이 근방이겠구나~~ 어진..어란진!!! 진도 벽파진과 가깝구나~!!

이순신 장군이 울돌목에서 일본군을 맞기 전, 소규모 전투였으나 일본군의 배를 십 여 척인가 무찌른 그 곳. 그 일 때문에 명량해전 직전 어란진의 수많은 조선수군들이 몰살당했던 그 곳....그래...이 근처구나..아직 내 옆에 그의 길은 이어져 있구나...


 

길이 길기도 했지만 나도 참 셔터를 많이도 눌렀다..
어란진을 옆에 끼고 땅끝마을로 가는 길은 계속된다.

일군의 소나무들 방풍림...방조림인가..??=.=a
 
빗줄기는 약해지다가 거세지기를 반복하고
그 빈 공간을 매서운 바닷바람이 채운다.
바닷가에 부는 바람이 이리 셀 수 있다는걸 몰랐다...
 
 
도착했다.
저 밑이 땅끝이다.
더이상 갈 수 있는
"육지땅"은 없는 곳.
내가 숨쉬고 사는 이 나라 육지의 끝,
토말. 땅끝마을.
 
직접 가보면
정말 허무하리만큼
땅의 끝과 그 끝을 적시는 파도의 포말과
바다와 하늘과 뒷산만 보이는다는 그 곳.
누구나 다 '거기 왜 가~' 하건만, 그렇기에 가보고팠다.
그 허무함을
몸소 느껴보고자.
 
 
 
땅끝을 굽어보는 고개길에 선
아부지..
 
저렇게 웃고 계시지만..
사실 바람이 너무 거셌다;;;
가만히 서 있기가 쉽지 않을 정도라면 과연 믿을 수 있을까?
그런데..정말 그 날의 토말에서 육지로 뱉어내는 바람의 강도는 너무나도 거셌다. 사진을 찍기 위해 서 있기조차 힘들 정도..그래도 우리가 누구더냐~! 궂은 날씨를 즐거워하며 여행을 떠난 길, 무엇이 두려우랴~
 
 
 
 
해남 땅끝마을, 토말 土末
그래..여기구나...
이제 더 나갈 수 있는 육지는 없구나....
저 멀리 보이는 사자봉전망대에 올라갔다가 비 쫄딱다맞고 흠뻑 젖어 내려온 땅끝마을의 끄트머리. 이제 앞에는 바다밖에 없다.
 
허무한가? 별다를게 없는 이 곳에 실망하는가?
하지만 끝이 있는 곳이 새로움의 시작이다. 땅이 끝나는 곳이 곧 바다의 시작이다. 하루의 시간도 자그마한 우주의 종말이다. 그 하루하루의 종말이 내 인생을 이룬다.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장소와 그닥 어울리지 않게 중구난방 솟아나온 음식점들이 이 장소를 허무하게 만드는데 일조하는 것일수도. 어딜가나 광경의 일부분으로 들어가버린 인공물들의 부조화는 가슴아프다.
 

 

 그때문에 이 곳이 더욱 오명을 쓴게 아닐까. 사실....땅 끝에 뭐가 있겠는가.

땅이 닫히고 바다가 열리는 곳...이야 삼면이 바다인 우리 나라 해안가 모든 곳이 '땅끝' 아닌가.

그저 인간들이 그 의미를 부여하여 풍광을 바꾸어 버린 슬픈 곳.

이 곳은 볼 것 없는 허무한 땅이 아니라

그런 허무한 인간들이 쌓아올린 인공물로 인해 슬픈 곳일 뿐.

 이 곳의 땅과 바다는 제 할 일을 다 하고 있으니...

궃은 날씨가 이런 느낌에 일조했을런지 몰라도
몸이 날라갈 정도로 바람 거세었던 땅끝은..
적어도 내게 볼 것 없는 별거 없는 곳이 아니었다.
땅끝 토말은....
여기서부터 이젠 새로운 길로 접어드는
또다른 출발의 장소였다.

 
 
 
 
안타까움을 뒤로하고 토말을떠난다. 이 곳은...다시 올 수 있을까?? 글쎄..아직 이 땅에 내가 가고픈 곳들이 많다. 그 곳을 다 돌아본 후또 다시 새로운 곳을 향해 가기 전.한 번은 찾아올 수 있을까....
토말에서 해남쪽으로 나오면서 발견한 '작은 바다의 기적'을 연상시키는, 바닷가 마을과 연결된 섬의 육계도로 추정(!) 되는 곳...^^ 그래...다시 찾아올 수 있을 것이야..
 
 
 
 
토말에서 다시 육지로 방향을 틀고....
두륜산 근처로 오니 '현산'이란 지명이 유독 눈에 들어온다...현산...현산어보..?
@.@;; 정약전의 유배지는 흑산도였는데.....그러고보니 흑산도/홍도도 전라남도구나 신안군에 속해있고, 여기는 해남군....훗..같은 지명이 어디 이 곳 뿐이랴..
 
피식 김새는 웃음을 지으면서 지금 내가 있는 곳이 서울이 아닌 남도라는 것을 새삼 또 깨닫는다...그래 난 정말 내가 살고 숨쉬고 웃으며 친구들과 놀던 곳에서 정말 많이 떨어져있구나...이 멀리 떨어져 있음, 거리감이 내심 좋다...
내 이런 기분을 알았는지, 세찼던 비가 잠시 그치고 연분홍빛의 저녁노을을 비추인 하늘이 빼꼼히 얼굴을 내민다. 땅끝에서 그렇게 바람도 불더니 바람도 서서히 그치는 듯....땅끝, 토말에서의 그 세찬 바람은 어여 새로운 길로 다시 접어들라는 재촉이었을까...
 
 
 
 
 
원래 첫날의 숙박은 땅끝에서 자는게 계획이었는데, 오후 7시.....에 이미 땅끝을 나와버려서 좀 더 길을 간 후에 숙박을 하기로 했다. 이튿날의 여정이 고될 것을 예상하야...아직 아부지가 운전하는데 피곤치 않다고 하셔서 좀 더 속력을 냈다. 이튿날의 여정은 오전 중 여수 향일암을 보는 것. 그렇기 위해서 우리의 길은 이제 동쪽으로 굽어졌다..땅끝에서 여수까지..과연 어떤 길이 얼마나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그것보다도 우선! 나에겐 숙박이 제일 큰 선결과제였다. 음식점이나 모텔이 많았던 토말과 달리 해남으로 나와서 여수쪽으로 달리는 지방도 내내 별다른 식당이나 숙박시설이 보이지 않았기에... 조바심이 바짝 든 나나 동생녀석에 비해서 아부지는 여유만만~ 이런 여행을 많이 다녀본 사람의 여유인가~ 여하튼.....길이 계속되는 한 누구든 만나, 무엇이든 먹고, 어디에서든 잘 수 있겠지!
 
 
 
 
다시 세차지는 빗줄기를 헤집고 9시 반. 강진에도착했다. 강진이..이리 멀리 있었구나.. @.@  강진하니 떠오르는 인물은 바로 정약용. 아니나다를까. 강진시의 불빛이 멀리보이는 길 위 안내판에 "다산초당" 이정표가 보였다. 4km... 순간 저 곳을 들리지 못하고 지나쳐야 하는 아쉬움이 크다. ㅠ.ㅜ 내 언제 다산초당을 다시 올 수 있을까...그래도 언젠가는....이란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고 숙소로 들어간다. 아직 식사 전. 오늘 저녁식사는 집에서 준비해 온 삼겹살 파티다~!
 
 
 
하루종일 운전한 아부지와, 그 옆에서 지도와 GPS와 네비게이션을 주시하며 신경 바싹 쓴 동생녀석이 조금은 피로해 보인다. 내 몸이 약간 좋지 않아 무거운 짐을 옮겨주지 못한게 내심 미안하다. 그 마음을 얼른 식사준비로 대신하려 한다. 야채를 씻고 밥을 준비하고 고기를 굽는다. 고소한 돼지비계냄새가 코끝을 간지른다. 시큼한 맥주의 기운이 목을 감싸고 내려간다. 아침나절에 서울에서 출발했는데, 떠난 지 며칠은 된 듯한 묘한 느낌. 피곤함보다는 아직은 남은 여정으로 설레는 마음이 앞선다. 동생녀석도 피곤은 하지만 여행은 싫지 않은 눈치다. 집에 홀로 있는 어무이한테도 전화를 한다. 문단속보다는 혼자있다고 끼니 거를까봐 걱정이지만, 어무이는 멀리 보낸 우리들이 더 걱정인듯 하다. 어무이의 걱정을 안심으로 바뀌어놓고 우리 셋은 누워 TV를 보며 하루를 마감한다. 자기 직전 오늘 찍은 사진들을 가지고 간 노트북에 옮기며 여행의 기억을 곱씹으며 낄낄거린다.
 
강진에 오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아니, 내가 갈 길에 강진이 있으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그래서일까...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강진의 밤하늘이 더욱 애달프다. 여행계획에 넣어서 날밝을때 왔으면 더 좋았으련만...하지만 여행계획을 상당히 빡빡하게 짰던 터라 아쉬움보다는 안도감이 생긴다. 언젠가..강진의 본모습을 보러 이 땅에 다시 들릴날이 있겠지. 그 때는 다산초당을 지나친 아쉬움도 삭히고, 숙소에서 500미터 밖에 떨어져 있지 않던 김영랑 생가도 직접 들어가 볼 수도 있겠지. 하지만 이번에는 그냥...그냥...강진의 시원한 밤바람에 젖은 머리칼을 말리는 것만으로 만족하자. 언젠가 다시 맞아줄 강진의 모습을 기대하면서...
 
....to be continued....
 
 
여행 첫째날...가는 곳마다 이것저것 적어두라는 아부지 말씀에 이런저런 것들을 적어놔서 그런지 여행에서 다녀온지 꽤 지났음에도 그 때의 기억이 생생하고 이런저런 할 말이 많다. 나의 여행 이야기를 많은 이들이 봐주지 않아도 좋다. 그저 떠나고 팠을 때 가족들과 같이 그 길을 지나왔다는 추억을 잊지 않고자 적어가는 글들. 이제 첫째날이 끝났고...이번 여행을 하이라이트...둘째날과 셋째날의 재잘거림이 남았다. +.+





출처 rani's ORCHID ROOM | 뿌까
원본 http://blog.naver.com/spikebebob/120017762080

2009년 6월 19일 금요일

남도여행 첫날 (3) - 진도 : 신비의 바닷길, 세방낙조대, 다시 울돌목으로

그저 바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신비로움을 느낄수 있다. 표면이 이럴진대 그 속은 오죽하랴마는차마 그 속속들이 살펴볼 순 없는 여행길.

그러나...

바다 거죽의 눈부심만으로도 가슴 벅찬 여행길은 오늘도 계속된다.

 

운림산방과 쌍계사를 뒤로 하고 다시 길을 나섰다.

가까운 곳에 있다는 "신비의 바닷길"을 보기 위해.

 

조수간만의 차이로 섬과 섬 사이의 바다가 바닥을 드러내며 약 3km 가까운 길을 연출한다는 곳. 이미 TV 나 신문 등을 통해 여러 번 접해봤지만, 직접 가보는 건 처음이다.

 

하지만...

때가 때다보니 우리가 그곳에 도착한 날 바닷길은 열리지 않았다. 눈 앞에 펼쳐진 바닷길을 보려면 축제가 열리는 4~6월 경에 방문하는게 좋겠지만..그때는 내 한 몸 활자에 묶여 있었으니........아쉽긴 하지만 언젠가 또 와 볼 기회가 있겠지. 이번 여행은 이 바닷길을 보려고 시작한 길이 아니니까. 그래도..살짝쿵 아쉬운 마음이 드는건 어쩔수 없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온 길 한 번 보고나 가보자....하야 아부지가 차를 몰았다.

 

현대판 모세의 기적으로 불리는 이곳 신비의 바닷길은 1975년 주한 프랑스 대사 "피에르 랑디" 씨가 진도로 관광을 왔다가 이 현상을 목격하고 프랑스 신문에 소개하면서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되었고 1996년에는 일본의 인기가수 덴도요시미씨가 신비의 바닷길을 주제로한 "진도이야기(珍島物語)"노래를 불러 히트를 하면서 일본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다. [진도군 문화관광 홍보 페이지 중에서..]

 

저 위의 사진은 운림산방에서 바닷길 가는 도중...멀리서 바닷길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좋은 곳" - 이곳의 이름은 위에도 언급된 '피에르 랑디'의 이름을 따서 '피에르랑디 전망대'라고 하더라...=.= 그 사람의 흉상도 있다....바닷길이 열리는 즈음에는 그 좁디 좁은 도로에 사람들이 와글와글, 전망대에 발디딜 틈이 없겠지. 바닷길을 조망할 수 있는 꽤나 멋진 곳에 마련된 전망대...열린 바닷길을 볼 순 없었지만, 사람들없이 우리 가족들만 저 바다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우쭐해지기도 ^^

 

 

전망대에서 볼 게 아니라 바닷길이 열리는 코앞까지 가보기로 했다. 운림산방 초입부터 흩뿌리기 시작한 거센 비줄기는 그 기세가 약간 줄어들었지만....=.= 바닷가 부두에 도착하니 비가 문제가 아니다. 바다로부터 육지로 달려드는 바람의 매서움은 생각보다 드셌다. 이야....=.= 날씨탓도 있겠지만 대단한 바람일세.....관광객도 없고 바닷일에 땀흘리는 분들도 없고..고즈넉하고 을씨년시럽기까지 한 부둣가의 우리 가족 세 사람...그러나..+.+ 나름대로(!) 재미나게 부둣가 구경하기~!

 

위의 동생녀석 사진은 내가 찍어줬다..

저 사진을 얻기 위해서 파도가 방파제에 부딪히길 기다린게 몇 십분이던가...세찬 바람이나 쏟아지는 물줄기보다 원하는 물보라 사진을 얻기가 더 힘들더라..~.~ 쩝..동생한테 '나도나도~'하야 사진 찍었건만..아직 디카가 손에 익지 않은 녀석의 작품은.....ㅠ.ㅜ 물보라 기다리느라 방파제를 등지고 서 있던 난 거친 파도의 울음소리에 무지막지 쫄아버렸다. 등 뒤에서 울리는 파도의 굉음은 정말..=.= 생각보다 무지 무섭더라. 한낮에 겪은 바가 이럴진대 바람이 거친 날, 태풍이 부는 날 어촌의 밤은...얼마나 무서울까..+.+

생각보다 좀 더 어둡게 나왔지만....저 멀리 보이는 섬과 연결되는듯한 길의 일부분이 이 방파제 오른쪽으로 살짝쿵 얼굴을 내밀고 있다. 점점 그 모습은 사라지지만...언젠가 저 길을 따라 저 섬까지 걸어갈 수 있으려니.... 그러나 지금은, 바람이 거세고 파도가 거칠다 해도 지금은 이 풍경이 좋다...

 

 

 

아...사진이 있다.^^;;

방파제 오른쪽으로 난 길..사진이 좀 잘렸다;;;;

바닷길이 열릴 때 이 길로 사람들이 오갈 터, 오늘은 거친 바다에 몇몇 조각배들이 풍랑에 들썩이고 있을 뿐.

그래도 좋다. 거칠고 다가가기엔 굉음의 엄포가 생각보다 무섭긴 했어도 바다다. 남해의 바다다. 밝은 햇살의 그림자를 푸르름으로 보듬는 바다가 아니라언제 성난 물보라를 내게 엎지를지 모를 바다였지만.....그래도 좋다..

 

 

 

 

 바닷가를 떠날 즈음 빗줄기가 다시 거세졌다. 원래 예정대로라면 세방낙조대를 가야하는데....이미 점심시간을 좀 지난 오후 2시. 일단 주린 배를 채우고 젖은 몸을 말리기로 했다. 성수기를 지닌 바닷가 횟집은 그닥 끌리지 않아 진도군 홈페이지에서 찾은 식당을 찾았다. 좀 생뚱맞으려나?? ^^ 섬에서 먹는 오리주물럭이라..그래도 회보다는 뜨거운 음식을 먹고파 들어갔는데...생각보다 좀 후즐근한 내부 모습에 살짝쿵 걱정...게다가 주인 아주머니의 미적지근한 태도가 좀...그/러/나/

 

.........서울의 식당에서는 손님이 앉자마자 물이나 물수건 등이 나오고, 메뉴 주문을 받으러 오고 금방금방 음식이 나오고 후루루룩 금방 먹고 휘리리릭 나가고....채 3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은 이런 식사/서비스 방법에 내가 너무 길들여졌나보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내가 얼마나 이런 '속도'에 익숙해져 있는지 뼈져리게 느꼈다. 진도와 여수 돌산도..이렇게 남도의 두 곳에서.......후줄근한 식당 분위기와 미적거리는 아주머니때문에 '.....잘못왔나보다. 나중에 집에 가면 홈피에 항의(!)할까봐...' 했건만.....=.= 아아 나의 이 아둔한 어리석음이여...우리가 식당에 들어간 시간이 보통의 점심 시간을 좀 지난 시간이었던 것과, 반찬이나 주음식이 한꺼번에 나오는 것을 보며....'어.....+.+ 오오~' ....... 맛깔스런 전라도 음식의 첫 포문을 연 이날 점심은 상다리 부러질 정도로 듬뿍듬뿍 담겨 나온 수많은 반찬들과 3인분으로 생각되지 않게 양많고 맛좋은 오리주물럭 [오리고기는 중국에서 많이 먹었지만, 한국에서 주물럭요리로 먹는건 이게 처음이었다..+.+], 그리고 막판 볶음밥서비스까지... 겉모습과 첫 인상만으로 성급하니 인상지어버린 내 어리석음이 참...민망했다. 내 잣대로만 보면 세상만사 모두 마음에 안 드는 일 뿐이겠지...~.~;;

성급하게 생각해버린 내 모습에 스스로 실망하여 주인 아주머니에게 민망민망민망...처음엔 외지인이라 좀 낯설게 대해주신 아주머니도 가족여행 왔다는 말에 점차 살갑게 이런저런 이야기도 많이 들려주시고.. 아무리 비가 오고 낙조를 보지 못하더라도 세방낙조전망대까지 가는 길이 드라이브 코스로 좋으니 꼭 들렸다 가라고 약도까지 알려주시니....자성하는 마음에 아주머니께 식사 맛나게 잘 했다는 인사 한 번 더 드리고 식당문을 나섰다. 

[먹느라 바빠서 음식사진을 못 찍어 아쉽다.ㅠ.ㅜ]

 

 

 

아주머니가 가르쳐주신대로 세방낙조 전망대를 향해 출발~~~!

날씨가 궃었지만...이 길을 가지 않고 그냥 진도를 떠났으면 내심 아쉬워할 뻔 했다..+.+ 꾸불꾸불 해안가를 따라 나 있는 지방도를 따라 가는 길이었는지라 꽤 거리가 나왔고 커브가 심한 곳도 있어서 빗길에 좀 아슬아슬하기도 했지만....풍광만큼은!!! 풍경만큼은!! 비오는 날에도 이리 운치 있으니 햇살 좋은 날에는 오죽하랴~ 흔들린 사진이 아까워라...ㅠ.ㅜ

 

 

 

 

따스한 밥의 온기로 속이 달래져서였을까....신나게 드라이브길을 눈으로 따라가다가 어느새 잠들어 버린 나;;;; =.= 아빠랑 동생녀석은 빗길에 노심초사하고 있었건만..."다왔다~ 일어나~"라는 아부지 말씀에 부시시시 일어나보니.....아직 길 위 인데?? +.+ 네비게이션에서는 도착했다고 나오네...'전망대'가 있는거 아니었어? '글쎄..일단 이정표에는 이곳이 세방리랬어. 누나가 말한데가 여기 아냐?' 하며 동생이 가리킨 곳은..여타 '전망좋은 곳'마냥 도로 한켠에 마련된 곳.....여긴가..? =.=a

 

 

 

.....진도군 홈페이지에 가면 그림지도(!)에 세방낙조대가 '전망대'마냥 그려져 있길래 높은 곳에 따로 전망대가 있을줄 알았다...그런데 막상 가보니..그냥...지방도 옆에 마련된 자그마한 휴게소...보다도 작은 곳. =.= 이동화장실과 음료수 자판기가 한켠에 위치한 곳...여차하면 못 찾고 지나치기 쉽상이겠네.....했지만...

더 세차진 바람과 내리쏟는 빗줄기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 본 남도의 바다는....멋지다 +.+

 

 

 

 

 

기상청에서 한반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낙조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지정하였다는 세방리의 낙조....를 보기엔 이른 시간인 오후 4시에 도착;;; =.= 낙조는 볼 수 없었더라도 같은 빛깔의 하늘과 바다가 입맞춘 곳에 널려있는 다도해의 작은 섬들이 보여주는 풍경은.....비가 와도 바람이 불어도 멋졌다. 멋지다라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다...+.+

여기서도 내 아둔한 선입견이 미련하게 작용한 것일까?? 서울에서 조금이라도 유명한 곳이라고 하면 순식간에 인공적인 가미가 더해진다. 숲과 바위만 있던 곳이 어느 새 음식점을 대문으로 삼고 있다...그래서였을까? '전망대'라는 말에 번듯한 건물과 동전 넣는 망원경이 즐비한 광경을 무의식적으로 연상한 것인가.... 여행이란 기존의 내가 가지고 있던 틀을 깰 수 있는 성찰의 기회가 될 수도 있음을 새삼 깨닫는다. 하늘의 햇빛을 조명으로, 바다가 들려주는 파도소리를 배경음악으로, 산에서 내려오는 바람을 에어콘삼아 자연을 직접 '전망'할 수 있는 이 곳만큼 더 좋은 전망대가 어디 있으랴!!!

 

 

 

 

.....그저 들려주는 관광객들의 아픈 다리를 쉬어갈 수 있게끔 마련한 의자와, 마른 목을 축일 수 있는 최소한의 배려 - 음료자판기와, 멀고 먼 길을 달려온 사람들을 위한 자그마한 배려, 이동화장실이 한켠에 자리잡고 있는 자연의 전망대.

세찬 비바람에 온몸이 홀딱 다 젖었건만 우리가족 세 명은 춥다고 움추리면서도 그저 사진찍기에 즐거움에 빠졌다. 디카, 카메라 파노라마 찍기의 재미에..

 

 

 

 

전망대 오른편의 여러 섬들. 저 멀리 거북이가 머리를 하늘로 쳐든 마냥 희한하게 생긴 섬도 보이고....

[섬 이름을 알았는데;;;까먹었다. 되돌아 나오는 길에 보면 엄지 손가락을 하늘로 쳐 올리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도 보인다.^^a]

더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섬들.. 동생녀석 말마따나 "여긴 동해처럼 지평선 보기가 힘드네. 좀만 가면 섬이 있고 또 섬이 있고..." 익숙한 동해안과는 또다른 매력.

 

 

 

전망대 바로 밑을 보니

양식장인가..그물이던가;;;; 여하튼 부표들이 떠 있더라.

살짝 필터 조절을 했더니 바다거죽에 비쳐진 속내의 깊고 얕음을 살짝쿵 엿볼 수 있더라...

저기는 좀 얕고 저기는 좀 더 깊고....

"어 아빠~ 저긴 깊다. 낚시할 수 있겠는걸~"

"저기선 뭐가 잡힐까?"

^~^ 누가 낚시광들 아니랄까봐.....

 

 

 

 

 

이 사진은 전망대 왼편의 모습.....일거다 아마 ;;;

진도군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저 바다위에 떠있는 섬들의 진경들을 돌아볼 수 있는 유람선도 있다고 했다. 예상치 못한 궃은 날씨도 그렇지만, 이번 여행 계획에서는 시간상 유람선까지 탈 여건이 되지 못했는지라.....사실 출발할 때만해도 홈페이지에 나와있던 관매 8경이나 조도 6군도 등 진도근방 섬들을 유람선으로 돌아보는 코스에 그닥 끌리지 않았는데...+.+ 나중에 다시 가면 꼬옥 타보리라~ 저 섬들을 가까이서 보리라~


전망대 바로 옆 해변가...라고 할 수 있으려나..^^;;
저 구비를 돌아가면 세방리가 나온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세방낙조대를 떠난다.
우리가족이 떠날 때 즈음 낙조대를 찾아 사람들이 또 차를 세웠다. 비가 오고 바람이 거세도 유명한 곳은 유명한가 보다.
언제고..
가을의 햇빛을 머금은 바다가 그리울 때, 겨울의 낮은 하늘 그림자가 드리워진 바다가 보고플 때,
봄내음 가득 실은 바람이 진도로부터 바다로 내달을 때,
뜨거운 여름의 태양이 우글거리는 바다가 보고플 때.....
그 언젠가 내 꼭 다시 찾으리라...
 
^~^ 옆 사진은 이제..진도에서 나가기 위해 진도읍을 향하는 길에서..동생 미니녀석 디카 찍기 연습시키려 찍은 사진..
여행떠나기 전에 연습 좀 시켜놓을껄..
내가 갸 찍어준 사진들은 볼만한데, 갸가 날 찍어준 사진들은 영..~.~
 

 
 
짜아식...연습좀 미리미리 해두지..^^
이래저래 요리조리 앵글 바꿔가면서 찍어보라고 시켰다....가 그냥 내가 찍었다.
초점을 어디다 맞추는 것부터
알려줘야하니 뭐..~.~
 
비가..
이때까지도 정말 열심히 내리더라.
내심 '...태풍이 상륙하려나봐~'
걱정이 일 정도로 강풍과 낙우가 거셌다.
허나...
무엇이 대수랴~ +.+
빗길에 차가 속도를 내지 못하야
이동시간이 좀 더 걸리는 것일 뿐.
길 위에서
우리 세 사람의 마음은
그저 웃음으로만 가득 찼다.
단...
=.= 동생녀석이 찍어준
내 사진들이 모두 흔들린 것만 빼고...
 
 
 
다시
진도대교다.
이번엔 육지쪽에서 바라본다.
6시간마다 바뀌는 울돌목의 물방향은 그새 바뀌어 있다.
아침 나절 진도에 들어갈 때만 해도 서해에서 남해쪽으로 흐르던 물머리가
늦은 오후 남해쪽에서 서해쪽으로 돌려져 있다.
400여 년 전 그 때도 이러한 방향돌림으로 그는 여기서 이 나라의 목숨을 보전할 수 있었는가.
 
이쪽에서는 왼편으로 하늘을 찌를듯한 새하얀 충무공 승첩비와 전라좌수영터를 볼 수 있고
진도쪽에서는 산 위에서 울돌목을 조망할 수 있는 정자와  그 아래 강강수월레터가 있다.
그러나 난 울돌목의 소용돌이를 직접 보고팠다.
다리 위를 건널 수 있게 해놨다지만, 비바람이 세찬고로 아부지가 날 말린다. =.=
그래서 더 가까이서 울돌목을 볼 수 있는 곳을 찾는다.

다리를 건너는 자동차들과 내리꽂는 낙우소리 가운데에서도
울돌목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400여 미터에 달하는 명량이건만 실질적으로 배가 통과할 수 있는 넓이는 200여 미터가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폭도 좁고 암초의 위험과 조수의 차이로 인해 생기는 바닷길의 형세가 지극히 험한 곳 - 울돌목. 여기가 그래서 울면서 돌아가는 길목, 울돌목이구나....그래서 명량[鳴梁]이구나....이 바다에서 그는 얼마나 눈물을 흘렸을까. 얼마나 고뇌했을까. 그의 숨결이 아늑하지만..그래도 난 지금 울돌목 앞에 서 있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뗀다.
언제까지 기억할 수 있을까, 그날 울돌목이 내게 들려준 회한의 울음소리를.
채 잊기 전에 다시 갈 수 있으려나....
그러나 그 날 울돌목 앞에 서 있었던 내 모습만큼은 잊지 않으련다.
그토록 가보고팠던 곳에서 울돌목의 바람과, 울돌목의 소리를 온 몸으로 받았던 나를 기억하련다.
 
그리고 우리의 길은
진도를 돌아 해남 땅끝마을...토말[土末]을 향하고 있다.

남도여행 첫날 (2) - 진도 : 진도대교 ~ 운림산방 , 쌍계사


 

진도 珍島.

남해의 보배라는

그 이름 그대로

내 눈속에 보배처럼

박혀버린 곳.

아파트로 이사오기 전

10여년 넘게 마당서

같이 뛰돌던 진돗개, 광자가 바로 연상되는 곳.

이순신의 울분과

그 울분을 보듬어 주었던 울돌목의 울음을 들을 수 있는 곳.

 그 땅에

이제 내가 섰다.

 


사실 진도대교가 그렇게 짧을 줄 몰랐다. 드디어 도착했다는 기쁨에 들떠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덧 육지에서 진도로 넘어와 있더라...이렇게 좁으니 그때 그렇게 적을 물리칠 수 있었겠구나..그럼 물살은??

이미 건너와버려 더이상 가까이 갈 순 없었지만, 멀리서 보는 울돌목의 물살은 정말 대단했다. 단순히 '세다'라고 표현하는건 그 강도를 제대로 나타내지 못할 터. 칼날의 날카로움과 같은 날선 소용돌이의 울음은 서슬퍼랬다. 그렇구나..그래서 여기가 울돌목이구나....그래서 그가 여기서 칼을 세우고 적을 기다렸구나...

 

진도의 첫 관문은 그렇게 슬프도록 무서운 울음을 터뜨리며 우리를 맞아주었다.

 

'섬'이라 하면 사방 바다를 한 눈에 에둘러 볼 수 있는 곳이라 무의식적으로 생각해버린 나에게 진도란 곳은 섬이 아닌 육지였다. 진도대교를 지나 첫 목적지인 운림산방을 향해 가는 길은 내가 지금 섬 안에 있는지 육지에 있는지 착각할 정도로 꽤 높은 산과 논밭의 연속. '진도가 정말 크긴 크구나...저수지도 많고...' 수 년동안 서울의 풍광에만 익숙한 나였기에 진도의 내륙'성'은 생각보다 충격적으로, 그리고 신선하게 다가왔다.

 

진도로 들어오니 빗줄기가 거세졌다. 들뜬 마음은, 그러나 빗줄기가 무섭지 않았다.

네비게이션과 GPS에만 의존하여 진도 "운림산방"을 찾아가는 길.  안내표시판과 지도만으로 찾는 길은 생각보단 쉽지 않았다. 게다가 중간에 내 실수로(!) 표지판을 잘 못 봐버려 돌아가기도;;;;;

 

비가 더욱 굵어졌으나 이제 도착했다.

첨찰산을 깃봉으로 수많은 봉우리가 어우러진 깊은 산골에 아침 저녁으로 연무가 구름숲을 이루는 곳 -  운림산방 雲林山房 이다.

이곳은 조선조 남화의 대가인 소치小痴  허유 許維가 말년을 보낸 곳이라 한다.  인공적으로 조성된 저 연못의 가운데 동그란 섬의 백일홍은 바로 소치 선생이 직접 심은 나무라고. '소치'란 호는 중국의 유명한 화가인 '대치' 황공망의 호를 따서 추사 김정희가 지어준 것이라 한다. 소치...란 한자를 접하곤 나름대로 생각에 잠겼는데.....호를 얻은 연유를 알게되고선....좀 아쉬운 감이 생긴다...
 
 
 
 
 
 
비가 이리도 많이 왔지만.....
우리 일행 외에 두어 팀 밖에 없는
산방 내의 풍치는
가히 무릉도원에 비견할만 하리라.
산머리에 봉화를 품고 있다는
첨찰산의 산세가 에둘러 감싸안은 곳.
...언젠가 나의 시간에도
이런 곳에서의 머뭄이 허용될 수 있을까..
적막한 산과 하늘이 뱉어내는
물의 울음소리가 애처롭다. 
 
도착해서 그 앞의 설명을 보고서야 알게되었는데, 이 연못에서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가 촬영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우리가 떠날 즈음 비가 더욱 더 세차졌는데도 불구, 일군의 일본인 관광객들이 
연못을 보며 탄성을 내지르며
삼삼오오 앞머리를 따라가는 것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만난
'유행'의 일부분.
 
 
 
연못을 돌아 말년의 소치가 기거했다는 초가집으로 통하는 길.
관광지로 이기에 깔끔하니 가꿔져 있었지만
어딘가 외갓집을 연상시키는 묘한 접점이 있었다...
 
외할매 치맛자락에서 나던
야릇한 풀내음이
코를 스쳐 지나간다..
 
..비가와서일까..?
이 먼 남도땅에서
외할매의 기척을
느끼게 된 것은...
 
 
 
 
이번 여행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 바로 동생녀석의 미소다.
휴일에도 술마시는 약속이 아니면 뒷동네 수락산 가자는 말도 14층 아파트에서 홱 던져버릴 녀석이건만......
 
여행 준비하면서도 힘쓰는 일은 모두 녀석의 몫이었기에 좀 미안한 감도 없잖아 있었지만...내심 저 녀석도 여행길이 즐거운 모양이다. 말은 안하고 아직까지는 뚱한 표정이 얼굴에서 떼어지지 않건만 노래를 흥얼거리든가, 사진찍어달라고 포즈를 잡는 모냥새가 영낙없는 어릴 때 개구쟁이의 모습이다......이제보니 너도 그 어릴적 창경'원' 담벼락에서 내게 놀림당하던 바가지머리 4살박이 꼬마가 아니구나..
피엉킴의 인연으로 만난 너와 내 인연이 이리 오래되었지만, 네 해맑고 천진한 미소를 보는건 정말 오랫만인듯 하다.. 항상은 아니더래도 이번 여행에서 보여줬던 미소를 종종 보여주지 않으련....
 
 
 
사견이 너무 길다...;;
운림산방은 아기자기한 맛으로 많은 관광객들의 탄성을 자아내는 곳이긴 하지만 산방 자체는 생각보다 작다. 소치가 머물렀다는 초당과 그 뒤의 사당, 그리고 멋드러진 연못을 보면 산방을 다 둘러본 것. 물론 그 뒤로 쌍계사와 너른 상록수림이 있긴 하지만....한켠에 세워져 있는 소치 집안의 박물관도 놓치지 말자. 4대에 걸쳐 화가로 활약하고 있는 소치 집안의 진귀하고 담백한 수묵화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소치 - 미산 - 남농 -  임전 능 4대에 걸친 한국남화의 주요 작품을 전시한 소치기념관은 운림산방에 걸맞는 전시관이라 생각되지만....그 옆에 있는 진도역사관은.....넓은 부지때문에 이곳에 건립이 결정되었다는 건 예상할 수 있지만서도, 어째 운림산방과 그닥 구색이 맞아 보이진 않았다. 물론 생각보다 박물관 자체는 괜찮다. =.= 내가 별로 기대를 하고 둘러보지 않아서일까..?? 그정도면 뭐...진도의 역사와 여러 명승고적에 대한 설명도 보기 쉬웠고, 특히 수많은 죄인의 유배지로서 다양한 유배방법에 대한 설명을 따로 한 구역을 정해 몰아놓은 점도 꽤 색다르게 보였다. [묘한 인연으로...여행다녀온 그 주 일요일 아침의 퀴즈프로그램에서 최종 문제의 답이 바로 이 박물관에서 봤던 '위리안치 圍籬安置' 즉 집 주위에 가시 울타리를 치는 것이었다! 그 외에 가시덤불을 세우고 그 안에 죄인을 가두는 '가극안치 加棘安置', 외딴 섬에 홀로 고독하게 살게 하는 '절도안치 絶島安置' 등이 있다고 한다...+.+ 지식의 습득~!] 흠...결론은 한 번은 볼만하다는 겐가...~.~;;

 



























=.= 상당히 민망하지만...박물관에서 나와 운림산방 옆에 있다는 쌍계사 가기 전 다시 지나가게 된 연못 앞에서 한 장. 이때되니 빗줄기가 갑자기 거세져 바지가 온통 젖어 버렸지만....뭐 어떠랴~ 빨면되지~ ..........내 한 몸 뉘일 수 있는 곳 앞에 저런 연못 하나..가질 수 있을 날이 오려나...
 
 
 
운림산방 바로 옆에 있는
첨찰산 쌍계사 입구.
저 멀리 가로수에 에워싸인
사찰 초입이 꽤나 멋져 보인다.
 
운림산방을 목표로 하여 이정표를 보고 찾아가다 보면 운림산방보다 더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이 쌍계사 일주문이더라. 일주문 바로 앞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오른쪽으로 난 포장도로를 더도말고 덜도말고(!) 딱 30미터 정도만 걸어가면 운림산방 매표소. ^^
쌍계사를 먼저 갈 것이냐...운림산방을 먼저 갈 것이냐...기로에 있던 우리들은 100여 미터만 가면 쌍계사고 바로 옆이 운림산방이라는 주차장 옆 가게 아저씨의 말에 첫 목적지였던 운림산방부터 돌아본 뒤 쌍계사로 접어들었다.
[물건도 안 샀는데...너무나도 상세히(!) 가르쳐 주신 아저씨게 이 자리를 빌어 감사..(__)]
 
 
 
 
양 옆으로 계곡을 끼고 들어선 절이라 하여 이름이 붙여진 '첨찰산'의 이 쌍계사는 [첨찰산 이라고 지명을 붙인 건 다음날 우리가 가는 곳이 '또다른' 쌍계사가 있기 때문에..^~^] 신라의 고승 도선국사가 창건한 사찰이라고 한다. 진도군청 홈페이지를 통해 사찰의 규모는 예견하고 갔건만 [작고 아담하니 이뻐 보이는 절이었다....] ㅠ.ㅜ 절이 공사중일거라는건 몰랐다고..... 사천왕상이 있을 법한 해탈문에서부터 썰렁한 사찰 경내.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니 을씨년함으로 변해버린 분위기...운림산방을 기대하고 갔기에 쌍계사는 시간이 허락하면 들리리라 마음의 여유를 갖고 갔건만..........비가 쏟아지더라도 공사만 하지 않았으면 더 없이 좋았으리라. 첨찰산 올라가는 등산길을 끼고 쌍계사와 운림산방을 아우른 상록수림은 비를 머금고 그 초록의 향연을 한층 짙게 뱉어냈다. 비가 너무 많이 오고 절의 고즈넉함에 머쓱해져 오래 둘러보진 못하고 나와버렸지만...(미니 녀석이 절 입구서부터 안 들어간다고 하야;;;) 상록수림의 나무 내음은 꽤 깊이 새겨졌다.. 



쌍계사 나가는 길목의 가로수 아래에서..푸른 나뭇잎과 우산의 빨간 색 가운데 동생 미니. 그리고..
비가 세찼지만 내리꽂는 낙우의 날카로움을 잊게 만드는 녀석의 환한 미소.
짜식.......그렇게 웃으라니깐~!!
 
 
정오 이전에 진도에 들어와 진도 운림산방에서 막바지 오전을 보낸 후,
우리는 다시 길에 나섰다.
남도의 짭조름한 바다 내음과 조우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