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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6월 23일 화요일

남도여행 마지막날 (3) - 담양 메타세퀘이아 가로수길&대나무숲 테마파크

아침 공기를 듬뿍 머금었던 소쇄원,

그리고 서서히 머리 위로 올라오는 따사로운 햇볕을 받으며 둘러보았던 식영정,환벽당,취가정.

지리산 자락과 호남의 너른 벌판이 입맞추는 곳에서 만났던 우리의 옛 정자들.

아직도 툇마루에 앉아 귀기울였던 계곡의 청명한 물소리와,

소나무 가지를 흔들고 지나가던 바람소리와,

오손도손 머리맞대고 엎드려 한자 꾹꾹 눌러쓰며 꼬마들의 낭랑한 천자문 읊는 소리가

귓가를 스친다.

언젠가 다시 한 번 그 푸르름의 잔영을 느낄 수 있게 되기를....

 이제 다음 행선지인 담양 대나무숲을 보러가기 위해 서두른다.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정자들을 둘러보았기에 아직 아침해의 꼬리가 남아있을 때 보러가자... 담양은 멀지 않다.

 

여행 떠나오기 직전 소쇄원을 비롯한 정자들이 담양군에 몰려있길래 담양군 홈페이지를 들어갔다가 발견한 곳 - 메타세퀘이아 가로수길.

'아....이쁘다....'

하지만 정작 여행계획엔 정식으로 잡히진 못했다. 일단 대나무숲을 보기 위해 담양을 들린 것이니..그러다가 담양쪽으로 오는 길에 광주호를 지나치다 주변관광지도를 보고선 우리가 가려는 대나무숲 가는 길에 이 '메타세퀘이아 길'이 있다는걸 보고 가는 길에 가까우면 들려보자고 해서 출발한 길... 한창 운전하던 아부지가 "어...저 옆에 길이 그 메..어쩌구 길 아니야??" "응?? 어디어디??"

...우리가 가고 있는 길 바로 옆에 높다란 나무들이 주루루루룩 서 있다. 어머나...바로 옆에 있었는데 못 봤네;;; 두 길이 만나는 지점에서 잠시 차를 세워서 메타세퀘이아 길에 섰다.

 

 

 

 

사실...이 가로수 길도 여타 관광지나 유적지처럼 따로 어디를 들어가야 볼 수 있는 길인줄 알았는데, 이렇게 바로 옆에 있을 줄이야~!!!

 

메타세쿼이아 (Metasequoia) 는 원래 중국이 그 산지이나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개량이 되었고 담양군에서는1970년대 초반 전국적인 가로수조성 사업 당시 내무부의 시범가로로 지정되면서 3~4년짜리 묘목을 심은 것이 지금은 하늘을 덮고 있는 울창한 가로수로 자라난 것이라고 한다. [담양군 홈페이지에서 발췌] 

옆 사진보다는 확실히 위 사진이 잘 나왔는데, 어딘가 이국적인 맛이 나는 이 길은 여러 영화,드라마에도 나왔다고 한다. [음..본 기억이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총 길이는 8.5km라 하는데, 여하튼 꽤 길다. 울창한 아름드리 나무의 그늘이 시원하다. 차보다는 자전거를 타고 그 녹음의 시원함을 즐기기엔 적격일 터~~!

 

 


이 길은 메타세퀘이아 나무들이 푸르름으로 한껏 치장한 여름이 드라이브하긴 최적의 계절이라고. 그래서인가.. +.+ 정말 눈에 쏙 들어오는데 정말 멋지다. 아침공기내음인줄 알았는데, 알쌀한 풀내음이 코끝을 찌른다. 이게 이 나무 내음이려나..?? 뭐라 설명하기 독특한 나무 내음. 아침시간이라 차도 별로 없는 길...+.+ 하마터면 이 좋은 길을 그냥 지나칠 뻔했다니~~!! 담양군 홈페이지를 통해선 그냥 그러려니.. 대강 보고 넘겼는데, 광주호 보에서 잠깐 내려 주변경치 구경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오래전 고속도로 개발계획이 발표되었을 때 이 도로가 사라질 위험에 처한 적이 있지만 많은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도로가 비켜난 적이 있다고 한다. 아마 우리가 가던 길이 새로난 길이리라. 이유야 어찌되었던 수 십년간 지역시민들의 자랑거리였을 길이 사라질 뻔 했다는데에 가슴 한 번 쓸어내린다..

 

 

 

^^;; 역시나 민망하지만....사실 사진은 동생녀석이 더 잘 나왔지만, 내 블로그에 지 사진 계속 올린다고 좀 삐쳤기에;; 부득이 본인 사진으로..=.=;;; 시간여유가 있었다면 길을 좀 더 걸으면서 사진을 많이 찍었으면 좋았으련만...오전 중에 대나무숲을 모두 보아야 여유가 있을 듯 하야 길을 서둘렀다. 이곳은 앞으로 언젠가 별 부담없이 한 번쯤 들릴 수 있을 듯.. 그때는 자동차가 아닌 자전거를 빌려서 메타세퀘이아 나무 밑을 바람스치며 지나가고 싶다...

 

 

 

 

 다시 차에 오른다.

옆으로 메타세퀘이아 길이 펼쳐진다.

"...저 아래로 잠깐이라도 달리면 안될까...??"

"대나무숲 보고 나오다가 시간되면 가보자~"

"...이 길하고 저 길하고 안 마주치려나...."

"(동생녀석) 글쎄...마주치지 않을거 같은데.."

.......웬걸.

그 말 끝나자마자 우리가 가는 길과 메타세퀘이아 길이 합쳐진다. =.= 우씨~~~

  

아쉬워할 새도 없이...
"어...?? 이거 아까 그 나무길이잖아..??"
"어..그렇네..??"
어느새 우리 머리 위로 펼쳐진 메타세퀘이아 나뭇잎들.
두 길이 그 지점부터 하나의 '메타세퀘이아 가로수길'이 되는 것이더라..
^~^
여하튼 기분좋은 길.....
차 안으로 한껏 나무내음이 들어온다...
아아..기분좋아...
 
훗..게다가 차타고가면서도 저만큼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었다~
역시나...날이갈수록 늘어가는 실력?!
 
 
 
 
담양의 대나무숲 공원은 몇 개가 있는데, 그 가운데 가장 유명한 곳이 '죽녹원'과 '대나무숲 테마파크' 인 듯 하다. 그 가운데 우리가 '대나무숲 테마파크'로 간 것은 순전히 우연이.... 여행직전 아부지가 산 국내여행책자에 소개된 곳이 이 테마파크이기도 했지만, 담양군 홈페이지에서 이 두 곳을 놓고 고민하던 차에 두 곳 모두 댕겨온 어느 분이 남겨준 글을 보고 이곳으로 가기로 결정하였다. 죽녹원도 좋다고 한데, 그곳보다 이 테마파크의 나무들이 '굵고 더 크다'란 말 한마디 보고나서.. =.= 뭐...일이 잘 풀려서(!) 테마파크로 가기로 마음 먹고 가는 길 중간에 메타세퀘이아 길도 만나고..이래저래 우리에겐 최고의 장소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그래도 나중엔 죽녹원도 가봐야지~~! 담양시와 무진장 가까워서인지 여러 행사가 있는듯한 죽녹원...기다려라~~!
 
 
 
 
음..음. =.=;; 여기서도 민망하지만....큰 길에서 대나무숲 테마파크까지는 생각보다 꽤 들어갔다. +.+ 그나마 표지판이 중간중간 있어서 이게 가는 길 맞구나..하긴 했지만...흠흠.....너무 들어가는거 아냐?? 하는 새에 도착......오오..?? 오손도손 몇몇 집에 모여있는 사이에 나타난 공터와 그 위를 에워싸고 있는 대나무숲. +.+
의외로 넓은 주차장. 그리고 꽤 많은 국내외 관광객들 [외국인관광객도 있더라..+.+ 사실 내심 신기~ 했다..^^ 생각보다 외진 곳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여기까지 찾아오다니...] 매표소를 지나자마자 대나무를 따라 졸졸졸졸 물줄기가 내려온다. 책에서 말한 약수인가..?? 산에 비가와서 오늘은 식수로 부적합하대서 손만 잠깐 씻고 숲으로 올라간다.
 
 
 
 
이곳에서도 여러 영화, 드라마, CF가 찍었다고 하더라...내가 봐도 이 곳에 와서 찍겠다 ^^ 하늘로 빽빽이 솟은 대나무숲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줄기굵기에 따라 세 종류로 나뉘어 있던데, 우리는 그 가운데 가장 줄기가 굵은 대나무숲 [..이름은 까먹었다;;;]을 먼저 둘러보고 저 너머로 소나무숲까지 둘러본 뒤 가장 굵기가 작은 대나무숲으로 돌아나오는 산책길을 택했다.
 
.....대나무 내음은 이렇구나....비온 뒤라 나무 사이사이에 죽순들이 빼꼼 고개를 쳐들었다. 우후죽순이라....내일은 또 얼마나 커 있으려나... 그저 높은 하늘을 그리워 그리워 위로 솟는 대나무의 진득함에 마음 한구석 징해지는 숲이다. 대나무의 숨소리가 살풋 바람에 얹어진다..
 
 
 
 
 
울아부지.. *^~^*
 
좀 더 들어가서 찍었어야 했는데, 사진 찍고 나서야 대나무에 저리 서글픈 '낙서'가 있는걸 알았다.  =.=;;
 
나무를 그대로 놔두기엔 인간의 수준은 여전히 미천할 뿐인가..
산책길 바로 옆에 서 있는 대나무들의 줄기는 상처투성이다. 그네들에겐 일순간의 추억이겠지만, 나무들에게는 한평생의 아픔이다.  흰 모시같이 깨끗한 사람이 물론 아니지만, 생채기투성이 대나무들 앞에서 그저 한없이 작아지는 본인이다.
 
자연보호는 별다른게 아니다.
저렇게 생채기를 내는 대신, 카메라라든지 아니면 그 자신의 눈으로 자연을 담던가, 아니면 둘이서 사랑의 추억을 만들 수도 있는 것을....=.=+
 
 
 
 
 
 
 
하루 전 날, 여수 향일암에서 하도 많이 찍어서 그날 오후 화엄사를 찍지 못했던 여파인지..대나무숲에선 생각보다 사진을 많이 찍지 '못'하겠더라.....그래서 대신 핸드폰으로 여기저기 눌렀다. 여행을 다녀온 뒤 내 핸드폰 사진으로 올려져 있는 사진들. 디카에 비해 해상도는 떨어지지만, 대나무 숲내음은 여전히 짙다....
 
 
 
 
 
 
 
 
 
 
 
 
그래도 좀 더 산책길을 올라왔더니 대나무들의 생채기가 적다...
다행이라면 다행인걸까....
 
 
 
 
 
 
 
 
 
 
 
 
 
 
테마파크는 한쪽에 캠핑장도 마련되어 있고, 넓직한 운동장도 있어서 단체로 와도 좋을 듯 하다.
한켠으로는 사시사철 대나무 모습을 담은 사진과  대나무에 관한 설명이 곁들어져 전시된 곳도 있다. 테마파크의 주인분이 찍은 듯한 사진들은 정말 일품~!! 눈이 왔을 때, 아침 숲안개가 피어오를 때, 비온 후 솟은 죽순들.....
 
 
 
 
 
 
 
 
산책길은 황토로 덮혀 있어서 맨발로 산책도 가능하다. 아부지랑 나는 등산화를 신고 있어서 차마 벗지 못했지만, 슬리퍼를 신고 간 동상녀석은 푯말을 보자마자 앗싸~~ 금세 신을 벗고 맨발로 흙을 밟는다. 비온 뒤라 길은 좀 질퍽했지만...........
"누나~ 엄청 푹신푹신해~~ 너무 부드러워서 간지러워~"
ㅜ.ㅠ 무거운 등산화 들기 싫어 차마 못 벗는 날 그리 약올리느뇨.....힝...
 
 
 
 
 
 
 
쭉쭉 뻗은 직선의 미학.
푸르른 정적의 극치.
 
대나무숲을 지나 소나무숲 산림욕을 한다..솔향기가 은은하니 코를 스쳐간다..산을 한바퀴 돌아 다시 대나무숲. 처음에 봤던 대나무에 비해 한결 가늘어진 대나무들. 자연은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는 것인가...중간에 마련된 평상에 사람들이 오손도손 모여 누워 하늘에 그어진 대나무의 선을 본다. 햇빛이 눈부시지만, 그에 반사되는 대나무의 직선은 유려하다..
 
 
한낮의 해가 화염의 끝을 우리 머리위로 돌렸다. 따끔따끔....어느새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이제는 대나무숲에서 나가야 할 시간. 사진은 흔들리게 나왔지만, 이번에 비로소 대나무숲을 쭉쭉뻗은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보게 되었다. 내심 특이하게 생겼다...+.+ 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떠나려하니 아쉽다. 따가운 햇볕에 시원한 대나무그늘이 더더욱 아쉽다. 언젠가..언젠가...또 다시 들릴 수 있겠지...그때도 한껏 대나무의 시원한 내음이 날 맞아주기를 바라면서 대나무숲을 뒤로 한다.
 
사실 아부지가 구입한 책에는 대나무골 테마파크를 보기 전에 금성산 트래킹을 권하고 있다. 금성산을 인터넷에서 찾아봤는데..+.+ 멋지다~ 고려시대때 축조한 성의 북문과 성벽이 아직 남아 있는 곳인데, 산세를 따라 지어진 산성이 정말 멋지다.......그/런/데 트래킹 시간이 약 3~4시간이라고..........ㅠ.ㅜ 조금만 여유가 있었으면 금성산을 둘러보고 테마파크에 갈 수 있었으련만....나중에 이 코스로 다시 올 수 있는 기회가 있겠지~! [....영화양 데구간다고 하면 안가려나..^^a]
 
 
그리고,
점심식사시간이다 ^~^
아침부터 부산히 여기저기 돌아다니다보니 점심때면 배가 많이 고프다. 집에서나 연구소에서나 이 시간 되어도 그닥 배고프지 않은데... 담양까지 왔으니 대나무요리를 먹어야지~ 하야 찾아봤는데, 여행전 뽑아온 자료에는  앞으로 우리가 가야할 길과 정반대에 위치한 식당들이 대다수 .... 일단 담양시까지 나가보자...하야 나오는 길. 담양시에 거의 다 왔는데, 오른쪽에 "죽녹원"이 보인다. 아...이곳으로 들어가는 구나...그 건너편은 담양군 홈페이지에서 봤었던 "관방제림".  아...여기구나~ +.+ 조선시대 조성되었다는데, 강을 따라 주욱 나무가 빽빽이 심어져 있다. 중간중간 정자랑 원두막도 보이는 곳. 인근 주민들에게는 최적의 산책코스이지 않을까....  
 
식당을 좀 더 찾아보려다가, 에잇~ 그냥 여기가자~ 하여 죽녹원 입구 옆, 관방제림 근처의 한 식당으로 들어간다. 담양까지 왔는데 대나무죽통밥을 아니 먹고 갈 수 있으랴~!
[아쉬운 점...ㅠ.ㅜ 너무 배가 고파서 음식 나오자마자 허겁지겁 먹어버려서 사진을 찍지 못하다..]
 
정식을 시키니 죽순회와 삼합이 나온다 +.+ 우아~ 삼합을 제대로 먹어본건 이번이 처음~! 하도 그 독특한 맛과 향에 대해 익히 들어왔지만....그래도 도전~~!! 한 입에 다 넣는다. "누나 괜찮아..?? 이거 좀 덜 삭힌거같긴 하지만..." "응?? 생각보다 괜찮은데?? 야 이거 맛나다...." "그래?? 잘먹네~" "응....음...읍.....=.=;;;; 아.......삭힌 맛이 이거..냐..???" 내가 이제까지 먹었던 홍어회나 회냉면의 홍어는..상당히 덜 삭힌 거였구나.... 후후훗 그래도 꽤 맛나게 후다다다다닥 먹어 치워버렸다..+.+ 죽순회는 상당히 비싸던데, 사실 너무 감질맛나게 나와서 아쉬웠다...힝... 그런데 막상 나온 죽통밥...=.= 왜이리 작아?? 잉~ 배고파 죽을거 같은데 왜 이리 조금 줘요~ 아부지 왈 "그냥 한 번 먹어봐봐~" ........뜨어....떠도떠도 밥이 줄지 않는다!!! 생각보다 양이 많은 죽통밥. 이것저것 들어간 것도 많아서인지 더욱 배가 부르다..게다가 역시나 남도인지라 반찬들도 하나같이 맛깔스럽다~ 아아아 여행 3일 내내 너무 잘 먹고 가네..~.~;; 중국이랑 일본 돌아댕길 때와 너무 비교돼~~! [그땐 정말 돈 아낀답시고 시장가서 별의별거(!) 다 먹었다...]
 
한 시간 여 동안 다들 상에 코박고(!) 음식맛에 심취한 뒤 배부름에 만족의 미소가 떠오른다..
후후 더 무엇이 필요하랴~ 좋은 곳 구경하고, 콧속 몸속 나쁜 공기 대나무숲에서 정화시키고, 또 이렇게 맛난 음식 먹고.. 동상녀석은 연신 남도음식 칭찬이다. ^~^ 서울가면 뭐 먹고 살려나...
 
한가득 부른 배를 안고 다시 밖으로 나와 관방제림을 한 번 휘휘 둘러본다. 한낮의 땡볕아래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지 않다. 한껏 달궈진 한낮의 대기를 피해 차에 다시 탄다. 후텁지근한 공기가 얼굴을 덮친다...+.+ 으으으으~ 다시 시동을 걸고 차를 움직인다. 왼편으로 관방제림의 정자 하나가 늘어선 나무숲 가운데에 덩그러니 있다. 저기에서 잠시 낮잠을 자면....?? ^^ 좋기는 하겠지만, 다음 행선지에 갈 수 없겠지. 우리는 이렇게 이번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다.
바다내음이 그리워 떠나온 길에 한껏 녹음의 그림자로 담아가는 길. 이제 그 마지막이다.
 
 
....to be continued....


출처 rani's ORCHID ROOM | 뿌까
원본 http://blog.naver.com/spikebebob/120018385217

2009년 6월 22일 월요일

남도여행 마지막날 (1) : 창평 -> 담양 소쇄원 [瀟灑園]

대한민국/전라남도


바다내음
이 그리워

떠나왔던 길...

바다와 헤어져

지리산 자락을 따라

섬진강 물소리 따라

올라가는 길...

 

이제 그 길의

끝자락이 보인다..

 

8월 26일

옥과에서 열린 새 날의 아침은

우리의 걸음을 창평으로 이끈다..

 

 

 

옥과의 새벽을 헤치며

마을을 둘러본다.

여기는

할머니가 나셨던 동네.

대나무숲의 시원한 소리가 아침을 채우는 곳.

 

그리고 그곳에서 조금만 가면 아부지가 태어난 곳,

창평이다.

 

아부지 기억속의 창평과 이날 우리가 접한 창평은 많이 다른 듯하다.

상기한 아부지 표정속에서 바뀐 고장에 대한 일말의 아쉬움이 스쳐 지나간다.

 


 
가을이 성큼 다가온듯
길가에 핀 꽃들의 색이
가을을 느끼게 한다.
 
아부지 기억 속에서
엄청 컸던 창평 고향땅.
자신의 아이들과 같이
다시 찾은 고향땅은
아부지에겐 특별하다.
 
그런 아부지의 분위기에
우리도 기분이 들뜬다.
아침 시간인지라
학교가는 학생들,
점포를 여는 상인들,
논에서 돌아오는 사람들,
하루 일을 시작하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
국밥과 엿으로도
유명하다는 곳.
길가에 이쁜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아침 이슬에
살짝 머리조아리던 곳.
그곳이 아부지의 고향,
이젠 돌아가신 할매할배가
 신혼을 보내셨던 곳,
창평이다...
 
  
 
아부지가 태어났던 집은 이미 오래전 없어져 자취를 찾기 힘들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길을 재촉하니...생각보다 창평서 멀지 않은 곳. 여행시작 전 지도를 보시던 아부지가 "이 근처까지 갔는데 여길 안 가보면 안 돼지. 언젠가 니들 데리구 가보고 싶었던 곳이야.." 했던 그 곳.
  
조선의 선비가 거닐던 곳
담양 소쇄원[瀟灑園]이다.
   
[소쇄원 주변 새단장과 관련하여 주차비 및 입장료에 대해 말들이 많은 걸로 압니다만...그냥 순수하니 소쇄원을 즐기고 온 사람이니 그와 관련된 이야기는 사양합니다. 또 소쇄원이 좁다는 분들도 있던데..=.= 이것저것 같이 있어서 커 보이는 진도 운림선방과 비교해서 그리 작은 곳은 아닌듯 하더이다. 그리고 운림선방의 입장료는 2000원, 소쇄원의 입장료는 1000원이요... 어떤 일이든 상대적인 것이니... ]  
 
 
 
 
 
 
 
 
 
소쇄원 입구.
 
살며시 돌아가는 굴곡이
 살갑다.
 
양쪽은 감싼
대나무의 그림자는
시원하다.
 
대나무 그림자가 연주하는
 바람의 노래는 싱그럽다.
 
여행계획 전
소쇄원에 대해 찾다가
어느 분이 이 곳을 찍은 걸 보고선 단번에 반했던 곳.
 
소쇄원은 입구에서부터
이토록이나 사람을
끌어당기나보다.
 
 
 
 
 

구비를 돌아가면, 오른편의 마을과 왼편의 소쇄원을 가르는
"대문없는" 흙담이 보인다...
소쇄원이다..
 
 
소쇄[瀟灑]란 뜻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소쇄하다'의 어근으로
'상쾌하다' , '산뜻하고 깨끗하다'란 뜻을 지닌 단어로,
풀이하면
'어떤 지경에 도는 기운이 맑고 깨끗함'을 지칭한다고.

열린 공간이 주는 개방감...
그 '열림'이 시원하다.
 

구비를 돌아..왼편으로는 계곡물이 흐르고,
그 건너편에 '옛 선비들이 거닐던' 소쇄원 정자들이 살포시 고개를 내민다..
 

흙담 옆에 있던 자그마한 정자, 대봉대[待鳳臺]
계곡 바로 위에 세워져 있어서
계곡물을 벗삼아 목축이고 가기 딱 좋은 곳..
운치가 그만이다..
 
 

흙담을 주욱 따라가면 만날 수 있는 글귀.
"소쇄처사양공지려[瀟灑處士 梁公之廬]"
우암 송시열의 글씨라 한다..
 
소쇄원은 조광조 휘하에서 수학을 하다 사화에 연루되어 스승이 죽자, 이에 귀향하여 처사의 삶을 살았던 "양산보"라는 선비의 개인 정원이다.  이제는 정말 보기 드믄 한국 민간 정원의 원형을 간직한 곳으로, 건축학 적으로도 자연 속에서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공존하는 한국 건축물의 전통을 볼 수 있는 곳... 1000여 평의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중국의 너른 정원에 뜨악하고, 일본의 인공적인 정원에 그닥 정이 가지 않은 본인에게 이 곳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그 가운데에서 아부지도 그렇고 우리 일행이 가장 보고싶었던 것은 바로.....
 

이 곳...
마을과 소쇄원의 경계를 쳐주는 담장이 계곡을 만나자 이렇게 되었다...
 
 
 
이리 뵈니 수량이 그닥
많아 보이지 않네;;;
그러나 수량은 꽤나
많았는데..어째 사진에는 잘 나타나지 않은 듯..
 
이 밑을 통해 흐르는 물이
흘러흘러 광풍각 바로 앞을 흘러가는 시원한 계곡물줄기가 된다...
 
'경계'를 세우는 담이건만 '문'은 없는 흙담.
닫힘과 열림의
오묘한 동거.
 
담과 담벼락 사이에 난 길
이 길 뒤편으로는 자그마한 우물이 하나 있고...
 
계곡물길을 바꿔도 되었을 터, 있는 그대로 계곡을 살려두고 그 위로 담이 지나가는 모습이 왠지 저절로 미소가 피어오른다. 그 담을 괸 돌도 귀엽다...
 
 
 
 
 
 
 
 
 
 
아부지가 그토록 열광했던 흙담과 괸돌.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되겠지만....만약 내가 만든다면, 물길을 약간 옆으로 돌려서 '내 집 경계 담'을 완성하려 했을 터...
 
자그마한 배려가
오래토록 감탄과 미소를 자아낸다...
 
 
 

 
계곡까지 내려가서 온몸 바쳐(!) 아부지가 찍은 사진...
 
 

흙담을 따라 가며 만난 꽃...
음...이름은 모르겠다 ^^;;
녹색의 향연 가운데 콕 찍은 점 처럼 돋보이기에 한 컷~!
 

 
 
현재 소쇄원 경내에 남아있는 몇 안 되는 건물 중 하나인 제월당[霽月堂]
제월은 한자그대로 '비 갠 뒤 하늘의 상쾌한 달'을 뜻한다고. 정면 3칸, 측면 1칸의 집으로 왼쪽의 한 칸은 온돌방이다. 반가운 것이 온돌방 한켠에 붙여져 있는 수묵화가 진도 운림선방의 주인, 소치 허유의 그림이었던 것! ^~^ 역시나 알면 보인다고, 이래저래 접하게 되는 인연의 연속은 그저 반갑기만 하다. 무안함을 무릅쓰고 마루에올라가 봤다..
 
 
 
 
 
역시나 많이 민망하지만
^^;;
 
제월당 안 천장에는
여러 문인들이 지은 시구의 판액들이 걸려있었다. 글씨가 작아 자세히 살펴보진 못했지만...본인이 들고 있는 종이는 소쇄원 홈페이지에서 뽑아간 "소쇄원 48영"이란 한시. 소쇄원의 풍경을 읊은 한시를 우리도 조금씩 음미하며 제월당에서 걸음을 쉬며, 소쇄원의 공기를 흠뻑 들이마신다..
 
 
 
 
 
 
 
 
 
 
 
 
 
 
 
 
 
 
 
 
 
 
 
흔들려서 아쉽지만..
제월당 뒷편을 통해 보이는 굴뚝.
 
역시나..우리나라 건축물들은
뒷마당과 연결된 뒷편 창/문들은
하나같이 훌륭한 풍경화가 된다....
 
 
 
 
 
 

제월당에서 바라본 광풍각 쪽 풍경.
작은 쪽문으로 연결된 공간.
 
 
 
 
 
 
 
 
 
 
 
 
 
 
 
 
 
 
 
 
어떻게 찍느냐에 따라
이리 보이는 걸까....
내 눈엔
소쇄원의 구석구석 모두 사진의 대상이 된다..
 
 
 
 
 
 
 
 
 
 
 
 
 
 
 
 
 
층층이 낮아지며 이어지는
소쇄원 흙담...
 
괜히 엄한 복원공사하다가 망치지 말고
이대로 잘
제대로 보존되길 빈다...
 
 
 
 
 

 
제월당을 내려가기 직전....
아직도 군불을 때는 온돌방과 그 연기로 그을린 벽...
여기에 누워 밤새 계곡물소리를 들으면...
어떤 기분일까..
 
 
 
 
 
 
 
 
 
 
 
 
 
 
 
 
 
 
제월당 앞의 쪽문으로 나와 왼쪽으로도니 소쇄원 속 하나의 풍경으로 자리잡은 계곡이 눈앞에 펼쳐진다. 저 위의 흙담 괸돌 있는 곳에서부터 내려온 계곡물이 여기선 폭포처럼 내려가며 큰 소리로 울음을 내뿜는다..
 
 
 
 
 
 

 
소쇄원의 또 다른 정자, 광풍각[光風閣]
제월당과는 달리, 온돌방을 중심으로 그 주위를 'ㄷ'자로 마루가 한 바퀴 휘돌고 있다.
빙빙 둘러져 있는 마루에 누워 천장을 보며 물소리를 듣는다..
이른 아침, 약간의 물기를 머금은 공기가 청량감을 북돋는다.
무릉도원이 따로 없구나..
 
 
양산보가 계곡 가까이 세운 정자를 광풍각이라 하고 사랑채와 서재가 붙은 집을 제월당이라고 한 것은 송나라 때 명필인 황정견이 주무숙이란 사람의 인물됨을 얘기할 때 ‘가슴에 품은 뜻을 맑고 맑음이 마치 비갠뒤 해가 뜨며 부는 청량한 바람과도 같고 비개인 하늘의 상쾌한 달빛과도 같다' 라고 한 데서 따온 이름이다 한다.
 
 오른쪽 벽면에 걸려있는 그림이 소쇄원의 전경을 담은 "소쇄원도" 라고. 만 여평에 달했던 소쇄원의 옛 모습을 알아볼 수 있는 그림으로, 그 그림을 기본으로 하여 현재 소쇄원 복원 사업이 진행중이라 한다. 부디 기존에 남아있는 정자들, 풍광들과 조화되는 모습으로 완성되었으면 한다..
 
 
 

광풍각에서 계곡을 건너 정면 반대편을 보면 자그마한 연못이 있다. 계곡보다 한참 위인데 어찌 물이 있을까..했더니, 계곡물을 대나무 수로로 끌어들여 흙으로 주위를 둘러 만든 인공연못. 직사각형으로 만들어진 이 연못은 대나무수로가 거의 반을 휘돌고 있다. 그냥 연못 입구에서 수로가 물만 대어주면 되지 않나..했는데, 그럴 경우 물이 고여 썩을 위험이 있어 새 물이 계속 공급되도록 대나무수로길이 만들어져 있다. 조상들의 센스가 돋보이는 부분~!

 

 

 

 
광풍각 옆에 있는
돌계단에서..
역시나
민망하지만..^^;;
 
왼편 위쪽에 보이는 것은
감나무인데,
거기서 떨어진 감이
정원 여기저기
떨어져 있다.
 
흙을 살짝 걷어내고
입에 넣는다.
달달한 맛이
일품이다 ^^
 
 
 
 
 
 
 
 
 
 
 
 
 
 
 
 
 
 
 
 
 
소쇄원 주위의 대나무 숲.
그래...여긴 담양이었지..
 
오늘 오후 일정이
담양 대나무숲이건만,
한껏 눈에 담는 대나무의 푸르름이 질리지 않다.
 
 
 
 
 
 
 
 
 
 
 
 
 
 
 
 
 
 
한쪽으로는
계곡이 내뿜는 물의 노래와,
한쪽으로는
바람이 연주하는 공기의 노래가,
위에는
끝없이 올라오는 대나무의 푸르름을
돋궈주는 파란 하늘이 바탕이 되고,
아래에는
힘차게 쏟아지는 민물의 포말을
감싸주는 내음 짙은 흙이 바탕이 되어
풍광을 이루는 곳.
소쇄원이다..
 
 
 
 
 
 
 
 
소쇄원을 한 바퀴 돌고 나오면서 어떤 할아버지 한 분을 뵈었다. 알고보니 현재 소쇄원을 관리하고 계시는 양산보의 17대 후손이시라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찌저찌 아부지 고향이야기까지 넘어가니, 창평이 가까운 곳인지라 아부지 친척분 중 한 분을 아신단다.. 나도 들어봤던 친척분이시던데....이래저래 인연의 끈이 쉬이 풀리지 않는 땅이다..새삼 아버지 '고향'의 땅이 느껴진다..
 
 
 
 
 
 
 
 
 
 
 
 
 
위에서 말한 연못.
잉어가 24마리 있단다...
그런데 한 마리가 없어졌다며
할아버지가 혀를 끌끌 차신다.
누군가 건져갔을까나,
밤 사이 산짐승에게 물려갔을까나....
큰 잉어 한 마리가 낳았다는
수 많은 물고기들....
대나무 수로가 한 바퀴 돌고 돌아
자동으로 새 물이 옛 물을 밀고 나가는
 연못가에 핀 보라색 꽃들....
 
 
 
 
 

 
나기기 직전 반대편에서 바라본 광풍각.
우리 말고 이른 시간에 소쇄원을 찾았던 학생 세 명.
서울에서 내려온 여학생들로,
방학끝물기념(!) 친구들과
보성을 지나 들른 차라고. 
^^ 예전 내 친구들과 여행했던 모습이 떠올라
[우리는 국내보단 해외배낭여행이 주였지만^^;;]
약간은...부러움과 샘이 난다...
좋을 때다...^^

 
사방이 탁 트인 광풍각.
 
등을 댄  차가운 마루의 나무 내음과
쉴새없이 쏟아지는 흰 포말의 계곡물에
녹음이 드리워진 초록색 그림자로 휩쌓인 곳.
 
사람이 없던 시간에 찾아갔기에
여유로이 풍광과 자연을 느끼며
보낼 수 있었던 시간.
 
다음에..사람이 많다면 내가 접하는 소쇄원의 모습은 또 다르겠지.
소쇄원과의 첫 만남을 이렇게 좋은 느낌으로 간직할 수 있다는 점에
내심 기쁘고 감사하다.
 
 
 
아침의 고요와 담북한 초록의 느낌으로 다가오는 곳, 소쇄원.
소쇄원의 물소리를 가슴 한 켠 간직한 채,
남도 정자문화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소쇄원을 뒤로하고
소쇄원 근처에 널려있는,
또다른 남도의 정자문화/가사문화를 대표하는 여러 정자들을 찾아보러
길을 재촉한다..
 
 
.... to be continued...



출처 rani's ORCHID ROOM | 뿌까
원본 http://blog.naver.com/spikebebob/120018079006